( 책)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박태균의 이슈 한국사, 박태균 지음, (주) 창비 펴냄, 2015, 288쪽
우리나라의 역사는 특히 근현대사 부분에서 정치적인 영향으로 인해 객관적인 해석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각 진영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짜 맞추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하버드 대학교에서
한국 현대사를 강의했던 역사학자 박태균이 쓴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88쪽이라는 많지 않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한국 현대사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10가지 핵심 주제를 다루며 역사적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정치적 프레임을 넘어선 한국 근현대사의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1 독도: 지금부터 우리 땅?
독도 문제가 단순히 영토 분쟁을 넘어 한국과 일본 간의 역사 인식 문제, 특히 식민 지배의 정당성 논쟁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주장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만,
'지금부터' 우리 땅이라는 표현은 과거의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독도 영유권 주장을
현재 시점의 국제법적 해석에만 의존하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과거사 인식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 과거사 망언: 미군정의 실책, 억울한 한일
일본의 과거사 망언과 그 배경에 미군정의 역할이 있었음이 간과되고 있다.
해방 후 미군정은 일본을 반공의 전초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과거사 청산을 소홀히 했고,
이는 일본 내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을 용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한국과 일본 양측
모두에게 '억울한' 부분이 있다는 시각은, 과거사의 복잡성과 각국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시도이지만,
동시에 양측의 피해의식을 자극하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드는 측면도 있음을 시사한다.
즉, 미군정의 실책이 한일 관계의 뿌리 깊은 갈등의 한 원인이 되었음을 알 필요가 있다.
3 영토: 한 반도 두 나라
단순히 분단 현상 자체를 넘어, 분단이 가져온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 파급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분단이 심화시킨 이념 갈등, 군사적 대치 상황,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변화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분단이 단순한 물리적 경계선을 넘어선
'두 나라'의 형태로 고착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며, 통일의 어려움과 복잡성을 설명하고 있다.
4 식민지 근대화론: 우리 안의 역사 논쟁
이 주제는 일제 강점기가 한국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으로, 한국 사회 내부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다. 저자는 이 주장이 한국 사회의 역사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왜 논쟁이 끊이지 않는지를 분석하고 있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축소하고, 일제 식민 지배의 폭력성과 수탈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음을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한국 사회 내부의 경제 발전 담론과 연결되어 복잡한 양상을 띠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단선적인 역사 해석을 넘어선 다층적 이해를 요구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5 미국: 혈맹의 복잡한 속마음
한국 전쟁 이후 한국의 안보를 책임져 온 미국이 때로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독재 정권을
묵인하거나, 경제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등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한국과의 관계를 조절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즉, '혈맹'이라는 수사 이면에 존재하는 미국의 실용주의적 외교 전략과 그로 인해
발생했던 한미 관계의 갈등과 긴장을 분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재정립하고,
보다 주체적인 외교 전략을 모색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6 정전협정: 사라진 한국전쟁 2년의 기억
한국 전쟁은 3년간 지속되었지만, '정전협정'이라는 표현 때문에 전쟁의 실제 기간이 축소되거나,
전쟁의 성격이 '휴전'이라는 임시적인 상태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정전협정이
체결되기까지의 2년 동안의 치열한 전투와 협상 과정, 그리고 이 기간 동안 한국 사회가 겪었던
고통과 변화가 제대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 '사라진 2년'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한국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분단 현실의 무게를 직시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7 베트남전쟁: 안보와 전쟁특수 사이
한국은 안보 논리를 내세워 참전했지만, 동시에 경제적 이익과 미국의 원조를 얻기 위한
'전쟁 특수'를 노리기도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저자는 베트남전 참전이 한국 경제 성장에
기여한 측면과 함께, 그 이면에 존재하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고엽제 피해 등 어두운
그림자 또한 조명하고 있는데 즉, 베트남 전쟁 참전이 한국 사회에 남긴 복합적인 유산과
그에 대한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8 경제성장: 신화를 넘어서
한국의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며 성공 신화로 회자된다. 저자는 이러한 신화적인
서사를 넘어 경제성장의 이면을 들여다 보고 있다. 급속한 성장이 가능했던 요인들을 분석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희생, 환경 파괴, 소득 불균형 심화 등 어두운 측면도 함께 조명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성과를 찬양하는 것을 넘어, 성장의 과정과 그 결과가 한국 사회에 미친 총체적인
영향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과제를 모색하고 있다
9 5·16: 혁명이길 원하는 쿠데타
5.16 군사정변은 한국 현대사의 중요한 분기점 중 하나로, '혁명'과 '쿠데타'라는 상반된 평가가
공존하고 있다. 저자는 5.16 세력이 이를 '혁명'으로 정당화하려 했으나, 본질적으로는 군사력을
동원한 '쿠데타'였음을 분명히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5.16을 '혁명'으로
인식하기를 원했던 당시 사회적 배경과 열망을 분석하며, 이러한 혼재된 인식이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탐구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그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심리와 인식의 복잡성을 이해하려는 시도로서 의미가 있다.
10 햇볕정책: 그 기원은 1970년대
김대중 정부의 대북 정책인 '햇볕정책'은 전향적인 대북 포용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는 이러한 햇볕정책의 사상적, 정책적 기원이 1970년대 유신 체제 하에서
박정희 정부가 추진했던 대북 정책의 일부 요소에서 이미 싹트고 있었음을 주장한다.
즉, 햇볕정책이 김대중 정부의 독자적인 창안이라기보다는, 한국의 대북 정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해 온 결과라는 시각을 제시한다. 이는 현재의 남북 관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과거 정책의 연속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