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 정적 I(Winter Silence I) , 33 x 24cm (4F), Oil on canvas, 2025
학창 시절 한때 , 방황과 사색의 한가운데서 기형도 시인의 시를 좋아했었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요절한 그의 시는 어둡고 우울하면서도 섬세한 센티멘탈한
분위기가 왠지 마음에 와 닿아서..
시인의 내면 풍경이 제 감성과 맞닿아 깊은 위로처럼 느껴졌던 것 같다.
눈이 내린 날, 어둑해지는 저녁에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나서 시인의 시집을 꺼내 읽는다.
그리고 그 느낌으로 유화 한 점 그려본다.
이 겨울의 어두운 창문 - 기형도
어느 영혼이기에 아직도 가지 않고 문밖에서 서성이고 있느냐.
네 얼마나 세상을 축복하였길래 밤새 그 외로운 천형을 견디며 매달려 있느냐.
푸른 간유리 같은 대기 속에서 지친 별들 서둘러 제 빛을 끌러모으고 고단한 달도 야윈 낫의
형상으로 공중 빈 밭에 힘없이 걸려 있다.
아느냐, 내 일찍이 나를 떠나보냈던 꿈의 짐들로하여 모든 응시들을 힘겨워하고
높고 험한 언덕들을 피해 삶을 지나다녔더니,
놀라워라. 가장 무서운 방향을 택하여 제 스스로 힘을 겨누는 그대,
기쁨을 숨긴 공포여, 단단한 확신의 즙액이여.
보아라, 쉬운 믿음은 얼마나 평안한 산책과도 같은 것이냐. 어차피 우리 모두 허물어지면 그뿐,
건너가야 할 세상 모두 가라앉으면 비로소 온갖 근심들 사라질 것을.
그러나 내 어찌 모를 것인가. 내 생 뒤에도 남아 있을 망가진 꿈들, 환멸의 구름들,
그 불안한 발자국 소리에 괴로워할 나의 죽음들.
오오, 모순이여. 오르기 위하여 떨어지는 그대. 어느 영혼이기에 이 밤 새이도록
끝없이 기다림의 직립으로 매달린 꿈의 뼈가 되어 있는가.
곧이어 몹쓸 어둠이 걷히면 떠날 것이냐. 한때 너를 이루었던 검고 투명한 물의 날개로 오르려는가.
나 또한 얼마만큼 오래 냉각된 꿈속을 뒤척여야 진실로 즐거운 액체가 되어 내 생을 적실 것인가.
공중에서 빛나는 달의 귀 하나 걸려 고요히 세상을 엿듣고 있다.
오오, 네 어찌 죽음을 비웃을 것이냐 삶을 버려둘 것이냐, 너 사나운 영혼이여! 고드름이여.
'유화(Oil Pain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 ( 유화) 겨울 정적 III ( Winter Silence III ) (8) | 2025.12.14 |
|---|---|
| ( 유화 ) 겨울 정적 II ( Winter Silence II) (2) | 2025.12.12 |
| ( 유화) 가을-색채의 환희 (8) | 2025.11.18 |
| ( 유화 ) 가을의 숨결- 양평 서후2리에서 (4F x 2 )) (6) | 2025.10.12 |
| ( 유화 ) 벼 익어가는 들판에서- 가평 운악리(8F) (8) | 2025.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