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월룡 회고전( 2016.3.3.-5.8)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아침에 날씨가 차고 바람이 분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3월도 다 지나가는데 아직 꽃샘 추위가 미적거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는 변월룡 회고전을 보러 간다.
변월룡(1916-1990) 은 연해주에서 태어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구 레닌그라드) 에서 미술교육을 받고
그 곳에서 화가이자 교육자로 일생을 보낸 고려인으로 지금까지 우리가 그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천재화가이다.
그의 삶과 예술은 일제 강점, 분단, 전쟁, 이념대립 등 한국 근현대사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혁명, 제2차 세계대전,
전체주의, 냉전, 개혁과 개방을 겪은 러시아 근현대사를 관통한다.
그는 국권을 상실한 조국의 국경 밖에서 태어나 이주의 땅에서도 보호 받지 못하는 소수자였지만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역사의 증인이자 경계에 선 자로서 세상과 자기 내면을 향한 시선을 화폭에 담고 있다.
전시장을 돌아보는 내내 엄청난 감동과 한편 애잔함이 가슴에 물결친다.
그리고 우리 민족에 이런 대단한 화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
그의 대단한 그림 실력은 감히 서양에서 최고의 인물화가로 치는 Rembrandt와 견주어 동양의 렘브란트라고
말한다고 해도 지나침이 없고 - 나의 개인 의견도 그러하거니와 전시장에서 상영하는 짧은 기록영화에서도
러시아 화가들이 그렇게 평가하고 있고- 또한 그의 그림 하나 하나가 전술한대로 우리 민족 분단의 역사와
러시아의 근현대사와 직접 관련이 있어 그냥 그림 그 자체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 이면의 역사를 생각하며
상념에 젖게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 레닌, 푸시킨, 파스테르나크등의 초상화도 있고 또 평양 풍경, 선죽교, 판문점 회의장,
포로교환 스케치등등.. 혼돈의 근현대사속에서 잊혀졌던 그의 작품들을 보면서 멀리 연해주로 그리고
사할린,시베리아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았던 우리 민족의 한많은 역사를 새삼 생각하게 되니 가슴속에
어떤 서글픔이 밀려온다.
전시장은 1층 2층 네개의 방으로 아래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유화 드로잉 에칭 그리고 편지등등 다양하게
전시하고 있다.
1. 레닌그라드 파노라마
변월룡이 졸업하고 교수를 지낸 그 유명한 레핀아카데미에서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중심의 그림들 중심으로
전시되고 있는데 그의 뛰어난 표현력, 진정성에 감동을 느낀다.
2. 영혼을 담은 초상
19세기 러시아 리얼리즘 초상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여 많은 초상화 작품을 남겼다.
때로는 아카데미즘이 추구하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떄로는 거칠고 생생한 몇번의 붓칠만으로 그의 뛰어난
직관 관찰력, 이를 캔버스에 옮기는 대담함과 정확성, 그리고 놀랄 만큼 풍부한 색채가 인상적이다.
3. 평양 기행
1953년 소련 문화성의 명령에 따라 북한에 파견되어 평양미술대학을 재건하고 15개월동안 북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사회주의 리얼리즘 예술을 교육하는데 열정을 바친다.
4. 디아스포라의 풍경
당시 사회주의하의 풍경화는 영혼의 언어를 갖지 않고 있고 이데올로기적으로 모호하다고 하여 중시되지는
않았지만 애국심을 불러일으키는 조국의 풍경, 근대공업국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풍경을 허용되었는데
특히 북한을 다녀온 이후 그는 구불하게 뒤틀린 소나무를 많이 그렸는데 그의 소나무 이미지에는
디아스포라의 향수와 내적긴장, 고독 등 사적이면서 내밀한 정서적 울림이 배어있다.
왠일인지 전시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허용한다( 물론 플래시 없이) .
하나 하나 읽어 보고 사진 찍고..전시장에서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낸적이 없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거장들( 이중섭,오지호, 박수근, 김환기...)과는 그림 성격이 많이 다름을 느낀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유럽 본토에서 갈고 닦은 솜씨는 일제시대 일본을 통해서 인상파 말기의
서양미술을 배운 우리나라의 화가들과 비교해보면 스케일이나 스타일이 차원을 달리 하는 것 같다.
전시장에는 위의 카테고리별로 전시되어 있으나 여기 일부 사진은 편의상 전시장 풍경, 드로잉, 에칭, 유화(인물)
유화(풍경), 기타(편지,스케치 노트 등) 의 카테고리로 올린다.
개인적으로 워낙 감동을 받은 전시회라 기록 겸 해서 많은 사진을 올린다.
1. 전시장 풍경
2. 드로잉 작품들
3. 에칭(Etching)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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