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마음 산책 발간, 245쪽
감수성이 예민했던 젊은 날에 읽으면서 감동을 받았던 책도 많았고 또 마음에 깊이 와닿은 좋은 글귀들도 많아 여기저기
메모도 해 놓았었는데 이제 그런 메모들 ,기억들은 다 사라지고 그냥 아련하게 기억 저편에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
인터넷 교보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만난 책인데 책 제목이 왠지 마음이 끌린다.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책 광고 카피가 나로 하여금 문득 지난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김연수 작가는 대학 3학년떄 시인으로 등단하고 또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등 굴지의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으로 보아 상당히
이름이 있는 작가인 모양이지만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작가인데 이 책은 작가의 젊은 시절 읽었던 책들에서 의미가
있었던 글귀들과 더불어 과거를 회상하는 약 30여편 정도의 아주 가벼운 에세이 형식을 하고 있다.
작가와는 17년이나 나이 차이가 있다보니 그가 회상하는 젊은 날의 경험이 나의 추억과는 세대차이도 많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방황하던 젊은 날의 추억은 어느정도 시대를 넘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니 그런대로 책을 읽는 재미는 있다.
글재주가 번뜩이는 글을 읽으면서 감탄을 하곤 하지만 너무 말의 유희가 많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내 취향은 아니지만...
아무튼 김연수작가가 쓴 본격소설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작가의 추억과 얽힌 글귀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나이에 나의 추억이 오버랩 되면서 가끔은 책을 덮고 나의
젊은 날을 회상해 보게 되는데 덕분에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저 기억 깊은 곳에 있던 일들이 떠올아 한편 미소를
짓기도 하지만 한편 씁쓸한 느낌, 부끄러운 감정 그리고 아쉬운 감정이 마음속에 밀물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제대로 된 인생관도 형성하지 못하고 그냥 호연지기에 빠져 허송세월했던 내 젊은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큰 탈없이 살아온 내 인생이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전에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지난 시절로 돌아가서 다시 인생을 살면 어떻겠냐는 물음에 많은 친구들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해서 상당히 놀란 적이 있는데 그 이유인즉슨 방황하고 힘든 시절로 왜 굳이 다시
가고 싶냐는 것이었는데 글쎄 나는 정말 그런 기회가 현실적으로 주어질 수 없겠지만 다시 그런 젊음이 주어진다면
좀 더 지혜롭고 진지하게 젊음을 고민하고 방황하고 또 정말 의미가 있는 삶을 만들고 싶어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다 이제는 부질없는 희망뿐...
누구나 다 젊은 날의 추억은 있을텐데 그것을 잘 기억해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재주는 아무에게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한번 과거 젊은 날의 기억들을 되살려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물론 기억을 잘 살펴 글다운 글을 쓴다는 것은 말처럼 단순한 일은 아니니 감히 언감생심.
"사실은 지금도 나는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하기만 하다. 그 모든 것들은 곧 사라질텐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 책 191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