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백년의 신화, 6.3-10.3,2016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지난 주 오래 미루어 왔던 이중섭 전시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아 마침 미국에서 온 친구 상규와 함께 덕수궁으로
나들이를 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획하는 "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의 제 2탄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다는
이중섭에 관한 제반의 자료들을 한자리에서 다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전시회라고 공동주최자의 하나인 조선일보에서는
이 전시를 지나치면 마치 커다란 잘못이라도 하는 것처럼 연일 홍보하고 있다.
아무튼 이중섭에 대한 나 개인적인 호불호는 차치하고라도 어쩌면 이렇게 이중섭 작품을 한자리에서 많아 볼 수 있는
기회는 없겠구나 생각하고 가보기로 한다.
전시 기간이 4달이나 되었고 이제 다음주면 전시가 끝나는데 아마 나 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는지 평일 아침인데도
전시장에는 구경 온 사람들이 꽤 북적인다.
우선 40세에 요절한 이중섭의 약력을 보면..공식 홈페이지에서 캡쳐해왔다.
전시는 덕수궁관 전관 1,2층 4개방을 다 사용하고 있는데 그의 작품의 크기가 대부분 10호 미만의 소작들이고
유난히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이 많아 200여점이 전시되어 있다고는 하나 전시장의 규모에 비해 왜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에 관한 자료들- 잡지, 그가 아내에게 쓴 편지들, 사진들등등
이중섭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많은 자료들을 정리 전시해 놓아 그림만 보는 전시회가 아닌 복합적인 전시회의
성격을 띄고 있어 이중섭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무척이나 귀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시된 그림들은 그 유명한 황소 그림들 몇점 ,일반적인 풍경 몇 점 그리고 대부분 손바닥만한 담배 은박지에
그린 그림들이 우아하게 표구가 되어 전시장 벽을 채우고 있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에 가서 그림 공부한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닌데 그리고 이중섭 그림하면 떠오르는 것이 황소
그림 몇 점, 그리고 은박지 그림 몇점 정도인데 그 그림들이 한국 미술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기에 이중섭이
한국 근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로 알려지고 따라서 그의 그림 값이 억대를 호가하는 이유에 대해 평상시에
궁금해 왔었는데 마침 미술세계 8월호에 어느 정도 나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기사가 실려 몇 대목 발췌하고
나의 개인 의견과 함께 정리해 본다.
이중섭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해방, 전쟁, 이산(離散), 굶주림등은 별로 그만의 특이한
일이 아니었을텐데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는 불운한 천재 예술가의 아이콘으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되었는데 그와 교분이 있었던 고은 시인은 말하기를 " 신화가 팔요한 시대에 그의 삶을 낭만적으로 헌납하면서
신화를 만든 화가"라고까지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전시회를 보고 온 몇 사람들과 전시 이야기를 해보면 그림 이야기보다는 그의 애절했단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아무튼 이중섭의 삶이 신화화될 수 있었던 데에는 생전에 가까이 교류하던 문학인들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는데 특히 가까웠던 구상, 고은등의 문인들에 의해 끊임없이 회고되고 신문 잡지등에 연재되며 특히 고은이
쓴 "이중섭 평전"을 바탕으로 영화화되기까지 미술계보다는 문인들에 의해 한 편의 드라마가 되고 신화가 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는 이야기.
전시회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워낙 가난했기 때문인지 화포(畵布) 하나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고 또 그것 보다 큰 그림들은 일반 허접한 종이에 그렸으며 어떤 그림은 종이의 양면에도 그리기도 하고..
그렇지만 1975년 전후에 갑자기 이중섭 신화가 생겨서 당시에 호당 정말 거금인 2백만원을 넘더니 나중에는
억대에 이르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는데...
화랑들의 상업주의가 가세하여 그의 신화는 더 확대 재생산이 되어 이제는 메가톤급의 국민화가로 등극하게 되었다.
물론 그 사이에, 시대의식이 결여된 채 소아(小我)에만 매몰된 작가 의식에 대한 비판도 있었고 대중인기에 편승한
신비화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모두 이중섭 신화에 묻혀 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그의 그림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이루어져 "신화와 전설로 가려진 이중섭"의
본질을 밝혀야겠고 또 몇 점 안되는 그의 작품세계이지만 재대로 평가가 되는 좋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평론가의 말에 개인적으로 십분 공감한다.
사실 내가 무슨 미술에 조예가 깊은 전문가도 아니기에 그의 그림이 얼마나 예술적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이 아니지만 어차피 예술이야 개인의 호불호가 있는 법이니 내 개인적의 의견 몇 마다하자면
개인적으로 그의 황소 그림에 나타난 필획의 넘치는 힘, 황소의 격정이 드러나는 황소 그림 몇 점은 평가하고 싶지만
나머지 종이에 끄적거린 풍경이나 가족에 대한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는 은박지 그림들에는 그리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게 사실이었다.
당시에 물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화폭에 제대로 자기의 예술 세계를 그려낸 화가들도 있는데 왜 이중섭만 유독
형편이 어려워서 종이에 몇 점 끄적거리고 그것도 형편이 안되 자기가 피우는 담배 은박지에 끄적거렸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그림들을 그린 사실을 보면서 느낀 개인적인 의문은 이게 정말 그렇게 대단한 작품일까 그냥 끄적거린
삽화 수준같은데.. 그의 그림을 좋아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몹시도 불경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전시장에 진열된 그가 아내에게 쓴 많은 편지들은 이중섭을 연구하는데 있어서는 물론 귀한 사료가 되겠지만
일전 힌국근대미술 거장전 1탄으로 열렸던 변월룡 전시회에서 보았던 편지들- 변월룡과 북한에 있는 예술가들이
서로 민족의 장래와 북한 미술계의 발전에 대해 논하는 대국적인 내용들-에 비해 전술한 대로 너무도 소아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는 내용이어서 과연 그의 그림들이나 그리고 그의 그림에 반영되었을 그의 생각이 담긴 편지나
글들을 복합적으로 그리고 냉정한 시각으로 재평가해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화가의 생각이나 글이 항상 대국적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또 그린 그림의 수(數)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부분 은박지 그림을 포함하여 200여점 남짓한 그의 작품세계에서 그리 큰 감동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 나의 솔직한 심정이다.
전시장 밖으로 나오면서 다시 한번 현대 미술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연 어떤 것이 진정 가치있고 예술성이 높은 작품일까..현대 상업주의와 결탁한 미술계에서 보이는 현상들
이제 불과 얼마되지 않은 커리어에 마치 대가인양 광고해대고 또 편승해서 말도 되지 않는 그림 가격들.
이게 비단 미술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인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언제든지 대중을 기만하는
우상화는 쉽게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우상의 시대에 감히 벌거벗은 임금님이라고 해서는 쉽사리 바보가 되거나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중은 자기의 생각을 조심스럽게 숨기고 유행에 쉽쓸리는게 마음이 편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감히 이중섭의 예술을 저평가하고자 하는게 이 글의 목적이 아니다.
단지 그의 그림값이 호당 억대를 호가하는 사실과 그래서 한국의 최고화가인듯 평가가 되는데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이야기일 뿐 그리고 이는 단지 내 개인의 생각일 뿐!
아마 어떤 이는 나보고 무식의 소치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그리고 외국의 수백억씩 하는 작가들에
비해서 아직 한국 미술은 저평가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00년의 신화라는 이중섭의 전시회를 보고 씁슬하게도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사용가치와 교환가치"라는
단어와 -사용가치 교환가치라는 단어들은 예술계에서는 절대 말하면 안되는 금기어겠지만 그래도 경제가 어려워
서민들의 삶이 어려운 이 시절이다보니 - 그리고 " 우상의 파괴"라는 말이 머리속을 맴돈다.
전시장에 전시된 그림 몇 점 인터넷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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