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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Exhibition)

(전시회) 절대와 자유- 유영국 전

by ts_cho 2016. 12. 30.


유영국 전, 2016.11.4-2017.3.1,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하는 근대작가 100년전의 일환으로 일전에 변월룡 이중섭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전시회이다.

차가운 날씨를 무릅쓰고 전시장을 찾아간 날이 우연하게도 마지막 주 수요일 소위 문화의 날이라고 덕수궁 입장료 1,000원

그리고 전시장 입장료 2,000원까지 이 날만은 무료라고 하여 가벼운 횡재 ㅎㅎ

변월룡 화백 전시회때는 사진을 찍게 하여 마음껏 사진을 찍어와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또 남들에게 가보라고 권유도

했었지만 그 다음 이중섭 전시회는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고 또 전시회 내용에도 개인적으로는 많은 실망을 금치 못하였는데

이번에 유영국전은 유가족이 사진을 허용한다고 하여 전시된 그림 100여점을 마음껏 사진도 찍어 온다.


유영국( 1916-2002) 의 그림은 가끔 전시장에서 산을 단순화하여 그린 커다란 대작을 몇 번 본 기억은 있지만

화가에 대해서는 나도 그렇지만 일반인들도 별로 아는 지식이 없어 당시 같이 활동했던 김환기,박수근, 이중섭등등에

비해 어쩌면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 돌아보며 전시된 100여점의 대작들을 보며 그리고 해설자의 해박한 설명도 들어가며 그의 작품을 감상하며

많이 놀란다. 이렇게 대단한 화가를 내가 여태 별로 주목도 하지 않고 잘 알지도 못했다는 사실에 대해 한편 부끄러움도

느끼기도 하고. 그러나 해설자 왈 일반인들에게는 많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화가들이 좋아하는 화가로는 유명하다고.

전관 4개방에 꽉 차게 전시된 그의 작품을 다 돌아보고는 일전 변월룡 전시회에서 받았던 것과 같은 진한 감동을 받는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서양의 유명한 추상화가들에 전혀 빠지지 않는 대단한 화가라는 생각도 한다.


유영국은 1916년 경북 울진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1930년대 일본에 유학, 당시 다른 화가들과는 달리 추상미술에

심취하여 일찍이 그의 천재성을 보였고 그 이후 엄청난 작업을 해가면서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게된다.

해설자에 의하면 가문의 재력이 바탕이 되어 그 어렵던 시절에도 커다란 캔버스에 유럽의 유명브랜드의 물감을 과감히

마티에르를 주어가면서 그려서 작품들이 대작이며 아직까지도 그 색이 변하지 않고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전시장에 비치된 리플렛에 써있는 그의 작품세계를 옮기자면 그가 추구했던 예술의 목표는 " 절대와 자유" 였으며

" 그의 작품에서는 점,선,면,형,색 등 기본적인 조형요소가 주인이 되어 등장한다. 이들은 서로 긴장하며 대결하기도 하고

모종의 균형감각을 유지하기도 함으로써,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고향 울진의 깊은 바다, 장엄한 산맥,

맑은 계곡, 붉은 태양 등을 연상시키는 그의 작품은 사실적인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담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이 추상화된 조형의 힘은 오히려 더욱 더 직접적으로 자연의 정수(essence)에 다가가는 체험으로 관객을 이끈다."


100년전에 태어난 소위 '근대'작가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난 조형 감각과 탄탄한 생활력을 겸비했던 그는

한국사회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담보한 '신화적' 존재는 아니지만 20세기  대혼란의 시기를 홀로 비켜선 듯한 

고고한 삶과 예술을 견지했던 그의 능력과 감각은 거의 비현실적으로 느껴질 만큼 탁월한 것으로 이번 기회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보고 그를 재발견하는 기회기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시는 전관 4개의 방에서 

1916-1943 도쿄 모던 : 1935년 도쿄문화원에서 활동시의 추상작품들 중심의 전시

1943-1959 '추상'을 향해서 : 1943년 고향으로 돌아와서 자연의 요소들을 추상화 해나가는 작품들 중심으로

1960-1964 장엄한 자연과의 만남 : 현대 미술운동에 적극적으로 활동하면서 남긴 화단에 충격을 안겨준 작품들 중심

1970-1990 자연과 함께 : 60세 이후 그를 괴롭혔던 병마와 싸우면서 남긴 자연에 부드럽게 돌아간 작품들까지


평생 남긴 400여점의 대작들 가운데 100여점이 이번에 전시되었는데 그 아름다운 칼라를 전시장 내에서 찍은

카메라 사진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아 아쉽기만 하지만 여기 몇 장...

아직 전시 기간이 두달여 남았으니 언제 그 감동을 다시 한번 내심 다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