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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생각들

비내리는 고모령

by ts_cho 2013. 5. 26.

 

어제 수원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을 뵈러 갔다왔다...

요샌 괜히 게을러져서-동생들도 각자 찾아 뵈니하고 자위하면서- 그냥 한달에 한번정도 필요한 물품들을

사다 드리고 온다.

필요한 물품이래야 삼켜도 좋은 어린이 치약,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카프리선 쥬스 그리고 파인애플 통조림...

몇년전부터 치매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고 지금은 기력이 없으셔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시고

말도 못하시고 거의 식물인간처럼 변해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머님께 가도 그냥 손잡고 멍하니 앉아 있다가 파인애플 몇조각 입에 넣어 드리고 온다.

제대로 씹지도 못하니까 파인애플도 조각내서 간신히 삼키신다.

어머님이 내가 왔었다는 것을 아실 수도 없으니 그냥 나 스스로 자식된 도리로 간다.

 

가서 20여분동안 어머님 손을 잡고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돌아왔다..

이제 언젠가는 나도 이런 길을 가겠구나 생각하니 새삼 삶의 허무함에 가슴속에 휭하고 찬바람이 일었다.

간병인들이 벌써 가시냐고 물어볼때 한편 좀 더 있어야하나 싶기도 했지만 그냥 인생의 말기에 있는 노인분들

사이에 멍하니 있는게 갑갑해서 돌아왔다.

어머님 곁에 더 있어야 효도하는 자식같을텐데 솔직히 이젠 이런 어머님을 뵙는것도 그냥 루틴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부끄럽게도 말이다.

 

집에 와서 Youtube를 보며 그냥 빌빌 시간을 보냈다.

이것저것 보다가 우연히 주현미의 비내리는 고모령을 들었다...

"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때에..." 그 가사도 그렇고 또 주현미의 애절한 노래솜씨도 그렇고

맘이 너무 찡해와서 눈물을 흘렸다..아까 요양원에서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올때 생각하니 가슴이 꽉 메어왔다.

 

스스로 위선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까는 어머님앞에서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가 좀 더 오래 앉아있지도 않고 그냥 돌아와놓고 괜히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면서 마치 어머님을 많이 생각하는 자식인양 스스로 웃긴다싶고 부끄럽기도하고 또 심한

자괴감이 들었다.

 

요사이 부쩍 머리속이 복잡하다..띵소리가 나는것 같기도하고 잠도 잘못자고..

가끔은 뇌에 이상이 있나 쓰잘데없는 생각도 해보고..

생각도 횡설수설하고..정신적인 방황이 장난이 아니다.

 

어차피 방황하는것은 인간의 운명이 아니곘냐싶다.

어차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해야하고 선택은 언제나 가치의 선택이고 모든 가치의 선택은 궁극적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나..내게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등등 아닐까싶다.

여태 수많은 철학자들-플라톤,칸트,샤르트르,니체등등- 많은 얘기를 하고

또 수많은 종교들도 이런 선택에 대해 대답을 하지만 과연 이런 모든 대답들이 정말 속 시원하게

우리를 실존적 방황에서 해방시켜줄 수 있을까는 또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하나..어떻게 살것인가..어디로 갈것인가..무엇때문에 살아야하나등등

이런 문제에 대해 누구나 실존적 의문을 갖고 있으면서 확실한 대답은 어디에도 없고

남에게도 스스로에게도 그러한 물음을 스스로 감추기 위해 끊임없는 기분전환, 잡담으로 빠지게되는것아닌가.

우리는 어쩌면 노르웨이 화가 뭉크의 '절규'속의 주인공들이 아닌가.

어디에도 해답은 없다..그래서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실존적 방황을 하는것 아닐까.......

 

새삼 어머님을 뵙고 온 이후 또 아직도 귓가에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때에~~맴돌고

이제 나는 다시 현실을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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