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마을, 25 x 35 cm, Oil on Fabrino Paper. 2021
기온이 영하 16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강원도 일대에는 많은 눈이 왔다는 뉴스가 있지만
서울은 눈은 구경할 수 없고 그냥 찬바람만 씽씽 불고 있어 코로나로 다를 위축된 상황에 더욱 더 춥게 느껴지는
날이다.
정물화 그리는 것에 그리 흥미가 없으니 천상 야외로 나가서 그림을 그려야 겠지만 이런 날씨에 찬바람을
맞으며 별 특징없는 겨울 경치를 그린다는 것은 생각조차 아찔한 일. 이런 날씨에 몸을 움직이는
야외운동을 해도 추울텐데 가만히 서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훨씬 그 추위가 더하다.
하기사 몇년전만 해도 이런 추운 날에도 방한복 두텁게 입고 굳세게 야외에서 그림을 그리던 그런 열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나이탓인지 그런 열정은 다 어디 가고.
과거에 눈이 왔을 때 야외사생에서 찍어 놓은 사진을 한 장 찾아서 대충 상상력을 보태서 그려본다.
결국 야외에서는 그림도 눈앞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자기의 스타일로
해석해가면서 그리는 것일테니까 어찌 생각하면 실내에서 사진을 보면서 상상력을 발휘해 그리는 것도 그리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상상력이 빈곤하여 조잡한 그림이 될 가능성이 훨씬 많겠지만.
이런 추운 날에 생각나는 시 하나..
사평역에서…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송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릅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 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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