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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 유화 ) 안성 청룡사 가는 길에서

by ts_cho 2022. 3. 6.

안성 청룡사 가는 길에서, 41 x 31 cm, Oil on Arches Oil Paper. 2022

 

겨울이 지나고 3월 첫째 주 드디어 본격적인 주말 사생이 시작되는 첫 날.

전날까지 포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바람은 여전히 태풍급 강풍이 불고 있고 또 오미크론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을 하고 있어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첫날인데 참석 인원이 적으면 그동안 준비한 임원진이 많이 실망할 것 같고 또 그래도 오랫만에 야외로 버스를 타고 나가는 시절에 대한 기억도 그립고 해서 새벽부터 서둘러서 출정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갖은 사람들이 많았는지 30여분 이상이 참석해서 놀란다.

사생지는 안성 청룡사 입구.

과거 기록을 보니 2017년 첫사생에도 왔던 장소인데 그 때 기억이 문득 새롭다.

고 최광선 회백님과 점심 시간에 막걸리를 너무 많이 마셔 오후에 그림 그리면서 헤매던 기억도...

 

태풍급 강풍이라더니 정말 바람이 강해 이젤을 펴는 것은 물론 과장을 좀 하면 사람도 날라갈 정도.

마음에 드는 구도를 위해 장소를 찾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우선은 어디 바람을 피할 장소를 찾는게 급선무.

그래도 버스 정류장 부스는 한쪽은 바람을 막아주니 그곳에 자리를 잡고 이젤에 무거운 돌을 매달아 놓고

시작하지만 차가운 날씨에 손은 시럽고 바람은 계속 캔버스를 흔들고.

오늘은 그냥 참석하는데 의미를 두고 그림은 대충이라도 빨리 그리기로 한다.

그림을 대충 끝내고 코로나로 공동 식사를 할 수 없고 또 혼자라도 식당에 가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너무

위험하니 갖고간 요기거리로 대충 때우고 청룡사에도 가보고 동네 여기저기 돌아보면서 다음에 오면 어디가

그림 구도에 좋은가 생각도 해보고 시간을 보낸다.

 

 

이제는 그림 이야기.

현장에서 그린 그림을 집에 와서 손을 보다가 현장감을 떨어트려 망친 적이 많아 될 수 있으면 그 자리에서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데 이번에 그린 그림이 영 마음에 차지 않아 집에 와서 몇군데 나이프로 긁어내고

다시 그렸더니 현장감이 떨어지는 그림이 되어 버렸다.

차리리 현장에서 조금 더 성의를 갖고 마감을 했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는 생각, 다음 사생의 교훈으로 한다.

( 어제 현장에서 끝낸 그림 )

 

태풍급 강풍으로 강원도 일대의 산불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전국에 있는 모든 소방 헬리콥터를 동원해도

워낙 바람이 심해 수습을 못하고 있어 수많은 가옥이 불타고 이재민이 몇 천명이나 되고 코로나로 전국이 진통을

겪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런 일까지 있으니 참 안타깝다.

산불의 원인 대부분이 사람들의 부주위 때문이라던데 도대체 사람들은 자기의 무심한 행위가 초래할 수 있는

엄청난 재앙에 대해서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가까이는 산불, 코로나, 대선을 앞두고 국민들 사이에서 보이는 극한의 갈등, 멀리는 우크라이나 피난민들까지

세상이 수상하다. 타인들은 이런 고통을 받는데 나는 강풍으로 그림을 잘 그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나 말하고

있다니 부끄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개별적인게 우리네 인간들 삶의 현실이니.

하루 빨리 세상에 안정과 평화가 오기를 기원한다.

 

고려시대 13세기에 창건되었다는 청룡사 주위를 돌아본다. 그 이후 몇번의 보수 중수를 거쳐 오늘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또 전국에서 가장 유명했다는 남사당패의 근거지가 이 고을이었다고 하는 역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