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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생각들

비오는 날에 그냥 지나가는 생각들...

by ts_cho 2013. 8. 4.

Rainy evening, 24 x 32cm, OIl on oil paper,2013

 

비오는날 저녁에 단상 . 2013.

 

지루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비내리는 그래서 어둑어둑해진 저녁 거리 모습을 그려보았다.

차량의 헤드라이트에 난반사되는 빗물이 그냥 왠지모르게 아름답게 또 서글프게 느껴진다...

 

비오는 창밖을 볼때마다 가끔씩 내 머리속을 스쳐가는 몇가지 장면들이 영화속의 장면들처럼 아련하다.

너무 자주 비가 내리던 베트남 호치민시의 기억들.

에어컨이 잘 작동하고 있고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는 차안에서 차창밖의 비내리는 모습은 일견 낭만적이기도 한데

정작 밖에서는 포장도 제대로 되지 않은 빗길에 그냥 비닐로된 허름한 판초우의를 뒤집어 쓰고 있는 오토바이

운전수들끼리 뒤엉켜서 몹시도 힘들어하는데,  차속에 편히 앉아 있던 나와 마주치던 눈동자들..어색하게 눈을 피하고..

그런대로 멋을 내서 울긋불긋한 양장 옷을 입었지만 우산이 없어서 그냥 비닐조각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비가 와서

더 지저분한 거리를 묵묵히 걸어가던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검은 피부의 오피스걸들..

빨간색 정지신호를 받고 마치 전투에서 맨앞에 서있는, 신호가 바뀌자마자 막 튀어나가려는 경주마들처럼, 

빗물에 번들거리는 검투사같은 복장의 교대앞 사거리의 택배기사들..

 

삶은 항상 이렇게 이율배반적인가...

안에서는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것들도 밖에서는 누구에겐가는 그네들의 삶을 힘들고 지치게하는 것인데...

 

고등학교 시절 비가 올때마다 제대로된 우산도 하나 없어서 그냥 비를 맞고 학교에 가던가 아니면 어쩌다 집에 남은

대나무에 너무 얇은 비닐로 만든 그래서 바람만 불면 뒤집어지고 여기저기 구멍도 나던 우산을 쓰고

천으로 만든 책가방이 젖을까봐 가슴에 꼭 끼고 뛰던 추억들...그래도 젖었다 마르곤하면서 여기저기 귀퉁이마다 부풀어

있던 책과 공책들...

에어컨도 없고 항상 콩나물 시루같던 그래서 비만 오면 땀냄새 쉰냄새가 진동하던 1호선 전철에 부대끼며 보내던

1980년대 내 직장 초년병시절...

 

문명이 발전하면서 삶은 더 복잡해지고 또 심화되는 양극화현상..

그래도 세상은 발전하고 있고 우리네들 물질적인 삶도 많이 향상된 것은 사실인데..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복잡한 세상 단순하게 해석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지고 피할수 없는 이율배반성...

차리리 그냥 이대로 복잡하면 복잡한대로 어지러우면 어지러운대로 이해하자..

누구는 지금의 시대정신이 "공감과 치유"라던데..

 

비내리는 창밖을 보면서 딱히 결론도 없는 이런 저런  생각들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나간다.

우리는 사랑하기 떄문에 공감하는 걸까 아니면 공감하기때문에 사랑하는 것일까...

 

 

비내리는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중의 하나 몇번씩 듣는다..

Mario Furangulis라고 한국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그리스의 팝페라가수인데 Puccini의 Opera Tosca에서

E lucevan le estelle(별은 빛나건만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는)를 멋지게 mix하여 만든 곡이다..

그냥 나는 Sometimes I dream 이라는 노래 제목이 왠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