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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by ts_cho 2025. 3. 14.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2022, 140쪽

 

어떤 분이 진은영 시인은 제2의 최승자 라는 글을 쓴 것을 보았다.

최승자 시인이 문단에 데뷔했을 때 한국 시단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떤 시인이길래 그런 소리를 하는가 궁금하여 2022년에 그의 수필집과 시집을

읽고 이 블로그에 글을 몇 자 쓴 적이 있었다.

다시 제2의 최승자라는 말에 또 궁금증이 발동하여 진은영 시인의 시집과 수필집을

사서 읽어본다.

최근에는 시집을 사서 읽어 본 기억은 없는데 이 시집이 2022년에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이라는 말도 있으니 오랫만에 시집을 읽어보는 즐거움을 기대했지만

그 즐거움이 그냥 쉽게 얻어지지 않는 난도가 있는 시들이다.

 

진은영 시인은 이대 철학과를 나왔고 니체 철학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한다.

2000년에 데뷔를 하였고 그동안 많은 문학상을 수상한 기록이 있다.

철학박사 시인답게 수필집의 내용이 만만하지 않고 ( 지금 읽고 있어 나중에 

그 이야기는 다시 올리기로 하고 ) 시도 마찬가지로 간단치가 않다.

내가 감히 이 시인에 대해서 어떤 평을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니 그냥 평론가의

글 일부를 옮긴다.

 

“사랑과 저항은 하나이고 사랑과 치유도 하나라고 이 시집 전체가 작게 말하고 있을 뿐,

어떤 시도 직접적으로 크게 말하고 있진 않다. 진은영의 정련된 이미지들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유와 감정이 들끓고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사유와 감정이 하나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아름다움, 진은영은 그런 것을 가졌다.”

-신형철,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 저항, 치유, 예술」에서

 

수록된 여러 시 중에서 그래도 이해가 쉬운 시 하나 옮긴다.

또 이 시가 많이 알려졌고  시집의 제목이 되기도 하고..

 

청혼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별들은 벌들처럼 웅성거리고

 

여름에는 작은 은색 드럼을 치는 것처럼

네 손바닥을 두드리는 비를 줄게

과거에게 그랬듯 미래에게도 아첨하지 않을게

 

어린 시절 순결한 비누 거품 속에서 우리가 했던 맹세들을 찾아

너의 팔에 모두 적어줄게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을 모두 돌려줄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벌들은 귓속의 별들처럼 웅성거리고

 

나는 인류가 아닌 단 한 여자를 위해

쓴잔을 죄다 마시겠지

슬픔이 나의 물컵에 담겨 있다 투명 유리 조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