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프랑스식 서재, 김남주 지음, (주)문학동네 펴냄, 2013, 267쪽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동안 많은 프랑스 작가의
소설들을 읽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프랑스 소설 전문 번역가가 쓴 에세이라는 점에 이끌려
집어 들었던 것 같다.
"김남주를 통해 우리는 그들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라는 문구와 함께 나열된 사강, 노통브,
카뮈 등의 이름들, 그중에서도 특히 '로맹 가리'라는 이름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다.
프랑스 작가들 중에 한 때 '로맹 가리'에 반해 그의 소설을 탐독한 적도 있었으니.
( 2018년에 로맹 가리의 자서전을 읽고 이 블로그에 그 감동을 쓴 글이 있다 )
보통 번역서를 보면 책 맨뒤에 번역가의 글이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번역했던 40여 권 이상의 작품들에 실었던 해설과 소설에 대한 짧은 단상들을 모은 것으로
번역가의 시선으로 소설을 다시 알게되는 특별함이 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류의 에세이가 가진 한계는 분명하다. 저자가 언급하는 소설을 이미 읽었다면
저자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지만, 읽지 않은 소설에 대해서는 짧은 글만으로
그 깊이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을 읽다 보니 새롭게 호기심이
생겨 찜해둔 작품들이 꽤 생겼는데, 그중 일부는 이미 절판되었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다.
저자가 교우했던 번역가 발레리 라르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번역이란 말의 무게를 다는 것, 저울 한쪽에는 원문을, 다른 한쪽에는 옮겨 놓은 말을
올려두고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라는 정의는 번역의 본질을 참으로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내용을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려우나, 훗날의 기억을 돕기 위해 언급된 소설들의
리스트를 아래에 적어 본다.
사족 : 요즘은 AI가 아주 멋지게 번역을 해주기는 하지만 글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그런 멋진 번역을 AI 도 가능할까...
-머릿속에 빨간 불이 켜지는 각성의 ‘엔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자기와 타인, 낙원이 깨어지고 지옥이 멀지 않다
《오후 네시(반박)》, 아멜리 노통브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로베르 인명사전》, 아멜리 노통브
-색과 계, 그리고 붙들림
《그리고 투명한 내 마음》, 베로니크 오발데
-진지한 프랑스어로 써내려간 ‘사랑과 영혼’
《이제 사랑할 시간만 남았다》, 안느 그로스피롱
-맨해튼의 빌딩 숲속에서 만나는 탈미국적인 사고
《모든 여자는 러시아 시인을 사랑한다》, 엘리자베스 던켈, 이경숙·장희숙 옮김
《하얀 모슬린 커튼》, 엘리자베스 던켈
-재창조된 세계, 그 의미부여와 잊히지 않는 것으로 만들기
《페스트·추락》, 《이방인·행복한 죽음·유형과 왕국》, 알베르 카뮈
-상처를 경유함으로써 풍경이 바뀐다면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로맹 가리
-내가 받은 고통의 대가로 한 권의 책을
《가면의 생》, 에밀 아자르
-노년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언어
《솔로몬 왕의 고뇌》, 에밀 아자르
-애정과 통찰로 문학의 또 다른 진정성에 다가서다
《몇 사람 작가에 대한 성찰》, 장 그르니에
-다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밤이 낮에게 하는 이야기》, 《아주 느린 사랑의 발걸음》, 엑토르 비앙시오티
-저녁은 하루의 끝이 아니다
《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송은경 옮김, 김남주 해설
‘-그랬다’와 ‘그랬을 수도 있다’의 차이에 대하여
《나를 보내지 마》, 가즈오 이시구로
-결코 눈부시지 않지만 너무 어둡지 않고, 지루하게 반복되지만 한순간 벅차게 아름다운
《녹턴》, 가즈오 이시구로
-쓰인 것보다 쓰이지 않은 것으로, 문장보다 행간으로 ‘인과의 고리’를 찾다
《창백한 언덕 풍경》, 가즈오 이시구로
-파리, 작은 호텔방, 주어진 시간은 나흘, 이제 그는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동쪽의 계단》, 아민 말루프
-4,000광년 떨어진 고치 성운에서 쏘아보내는 빛이 영원히 ‘현재’인 이유
《4의 비밀》, 프레드 바르가스
-치밀하고 처절하게 펜으로 ‘인간’을 파헤치다
《밤의 실종》, 얀 크펠렉
-말 걸기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보면
《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웃음 속에서 반짝이는 눈물
《나의 아빠 닥터 푸르니에》, 장루이 푸르니에
-살해해야 할 '부성’의 불완전성 앞에서
《꿈꾸는 소년 푸르니에》, 장루이 푸르니에
-자본주의의 정글에서 타인을 먹지 않으려면
《새 삶을 꿈꾸는 식인귀들의 모임》, 파스칼 브뤼크네르
-계몽의 교육에 대한 원거리 인공호흡
《35kg짜리 희망덩어리》, 안나 가발다
-신나는 꿈을 위해 잠들기 전에 읽는 침대 이야기
《침대 이야기》, 실비아 플라스
-현대미술을 제대로 이해하는 믿을 만한 방법 하나
《창조자 피카소》, 피에르 덱스
-싫어할 수는 있지만 간과해서는 안 되는
《달리》, 로버트 래드퍼드
-천년 미술을 깬 사과 한 알과 침묵하는 생트빅투아르
《세잔, 졸라를 만나다》, 레몽 장
-짧고 주관적이지만 아찔하게 열정적이고 감동적인
《페기 구겐하임 자서전》, 페기 구겐하임
-음악, 그 돌려세우는 시간에 대한 해석
《엘렌 그리모의 특별수업》, 엘렌 그리모
-전기보다 자유롭게, 감상보다 깊이 있게
《모차르트 평전》, 필립 솔레르스
-문장의 미궁 속을 돌아나온 생태학적 에세이
《진정한 부》, 장 지오노
-그래도, 노엄 촘스키와 하워드 진을 가진 나라
《미국 미국 미국》, 에드워드 베르
‘-해석’은 틀릴 수 있지만, 그 구리 대야에는 ‘실상’이 비쳤다
《노스트라다무스 새로운 예언》, 쟝사를 드 퐁브륀
-단숨에 인간이라는 종의 함량을 높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간디의 건강철학》, 모한다스 K. 간디
-침 발라 눌러쓴 투박한 글에 기존의 문학이 길을 묻다
《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마샤 스크리푸치 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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