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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 유화 ) 겨울 정적 VII ( Winter Silence VII )

by ts_cho 2026. 1. 14.

겨울 정적 VII( Winter Silence VII ), 31 x 23 cm, Oil on Canvas Board, 2025

 

기형도 특유의 침울하면서도 정교한 비애감이 잘 드러난 시 하나.

전체적으로 '닿을 수 없는 타인'에 대한 고독한 그리움과 소통의 불가능성을 노래하고 있다.

 

바람은 그대 쪽으로- 기형도

 

어둠에 가려 나는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한다. 단 하나의 靈魂을 준비하고

발소리를 죽이며 나는 그대 窓門으로 다가간다. 가축들의 순한 낯빛이 만들어내는

희미한 길 위에는 가지를 막 떠나는 긴장한 이파리들이 공중 빈곳을 찾고 있다.

외롭다. 그대, 내 낮은 기침 소리가 그대 短篇의 잠속에서 끼어들 때면 창틀에

조그만 램프를 켜다오. 내 그리움의 거리는 너무 멀고 沈默은 언제나 이리저리 나를

끌고 다닌다. 그대는 아주 늦게 창문을 열어야 한다. 불빛은 너무 약해 벌판을 잡을 수 없고,

갸우뚱 고개 젓는 그대 한숨 속으로 언제든 나는 들어가고 싶었다. 아아, 그대는 곧 입김을

불어 한 잎의 불을 끄리라. 나는 소리 없이 가장 작은 나뭇가지를 꺾는다.

그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기고 나는 내가 끝끝내  갈 수 없는 生의 僻地를 조용히 바라본다.

그대, 저 고단한 燈皮를 다 닦아내는 薄明의 시간, 흐려지는 어둠 속에서 몇 개의 움직임이

그치고 지친 바람이 짧은 휴식을 끝마칠 때까지.

 

( 어떤 분이 이 시를 낭독하는 유투브 영상인데 시낭송은 

 시를 눈으로 읽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