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zy Day, 41 x 31 cm, Oil on Arches Oil Paper. 2021
Hazy Day PM 5:00, 연무로 세상이 뿌옇게 보이던 날 강변으로 나간다.
걸어서 시간 속을 지난다./김선호 시
눈 덮인 겨울이 입춘의 어눌한 사투리로
경칩의 언어를 배우고 나면
서둘러 푸른 잎들이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아니, 늘 그래 왔다.
하지만 지금은 추위에 모든 노래가 지쳐있다.
그리고 꿈이 꿈의 자리를 옮길 때
별은 총총히 어둠과 메마른 가슴에 박혔다.
별은 빛나지만
잃어버린 동화가 돌아오지 않는 건
어느 시인의 글처럼
구멍 난 청바지 사이로 하얀 살을 훔쳐볼 만큼
시간의 머리가 커져 버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뼛속으로 바람이 마실 오는 세월에
이제 물때가 끼고
산 자의 기억은 죽은 자의 한을 안고
가쁜 숨소리를 내뱉고 있다.
되돌아보면
어떻게 살았어야 하는데 하는 후회도 들고
또 어떤 때는 그렇게 못 살아서
조금이나마 겸손해진 것 아닌가 생각도 들고
생각해보면
주어진 시간이 꽤나 많은 괴로움을 주었고
지나간 시간이 적지 않은 슬픔도 주어
잊혀진 시간이 인내를 가르친 것 아닌가 싶고
지나고보면
아름다운 시간이 참 많이도 지났고
그리운 시간이 물처럼 흘러갔다
하여 잡고 싶었던 시간이 기억으로라도 남고
돌이켜보면
생각하는 대로 행동에 옮기지 못했고
꿈꾸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삶이 아니었건만
그렇게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서 시간 속을 지나와 보니
거기 또 내가 서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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