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1.2 권, 이민진 지음, 이미정 옮김, 2021. 문학사상 펴냄, 1권: 366쪽 2권: 399쪽
우연히 인테넷에서 어떤 기사를 보다가 미국 오바마 전임 대통령이 같이 읽고 싶은 책이라고 추천했다는 '파친코' 라는
소설을 알게 되었다. 2018년 3월에 처음 1쇄가 나오고 지난 2월말 17쇄까지 찍은 책이며 전미 도서상 최종후보작이며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로 유명했던 소설로 국내에서도 상당히 잘 알려졌던 소설이라는데 왜 이제서야 알게 되었나
싶고 또 이렇게 뒤늦게나마 알게되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정말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항상 책을 구매하기 전에 하는 일이 국내 책이면 교보나 알라딘에 가서 남들이 써놓은 후기를 읽어보고 -그렇지만
요즈음은 이런 후기들까지 광고성 후기들이 많으니 다 믿을 것은 못되지만- 또 번역된 책이면 아마존에 가서
현지에서는 어떤 평을 받고 있나 대충 살펴보는 일을 하는데 국내외에서 상당히 평이 좋은 소설이라 주저없이
구매하여 읽기 시작하는데 흡입력이 대단해서 이틀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완독한다.
소설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저자의 글솜씨가 정말로 일품인 것이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문체로 빠르고 힘있게 서사를
끌고 나가고 있어 잠시도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이고 스토리의 구성이 아주 치밀하여 읽어가면서
저절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소설을 쓰는 작가들마다 나름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을테지만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수식어가 최대한 배제된 간결한 문체로 쉽게 이야기하면 글이 구질구질하지 않은 김훈이 대표적인 작가인데
이민진이라는 재미작가의 글은 김훈과는 또 다른 문체가 아주 특징이 있고 또 읽기가 쉽게 써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그런 매력이 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한다. 장황하게 상황을 묘사하지는 않았어도 그냥 무심히 넘어가는듯한
한 문장 문장마다 함의하는 바가 있는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원래는 미국에서 영어로 쓰여진 소설이어서 이번에 읽은 것은 번역본인데 번역도 아주 잘 된 소설이지만 이렇게
술술 쉽게 읽혀지는 내용이면 영어로 된 원작을 읽을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어찌되었던 소설의 내용은 1910년부터 1989년까지 약 80년간 한국 근대사를 배경으로 4대에 걸친 재일교포
가족이 일본에서 정착하면서 겪었던 파란만장한 삶의 과정을 그린 내용인데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직간접적인 관련이 없어 그냥 관심이 없던 재일교포들에 대한 일본의 차별의식과 또 그것을 극복하려는
노력들을 읽으면서 새삼 가슴이 저리는 아품이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조국으로 돌아가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어 일본에 남은 사람들은 조선인이란 이유로 취업이 어렵고 출세는 물론 불가능했던 현실에서 결국은 파친코 사업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들에게는 파친코 사업이야말로 돈과 권력을 가져다줄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수단이었다고.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몇대에 걸쳐 일본에서 살고 있어도 절대 일본인이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인도 또 북과 연결된 조선인도 아닌 어정쩡한 이민자들의 서러움이 잘 그려져 있어 소설로서 읽는 즐거움이 있지만 한편
우리에게 조국이란 무엇이고 또 역사란 무엇인가 하는 많은 생각을 하게도 한다.
다 읽고 나니 왜 오바마가 이 소설을 같이 읽고 싶다고 했던 이유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이 그의 가족사를 보면
알 수 있는게 아버지는 케냐인이었고 또 어머니가 이혼 후에 다시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하여 인도네시아에 가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경험도 있고 아무튼 그런 성장 배경을 극복하고 대통령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그가 겪고
느꼈을 삶의 여러 과정 때문에 아마도 이 소설이 그에게 주는 느낌이 남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개인적으로 거창한 역사 소설보다는 그런 역사의 수레바퀴 속에서 개인들이 겪는 삶의 이야기인 이런 장르의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영어로는 소위 family saga 정도라고 할까 언뜻 지금 기억나는게 박경리 작가의 '토지' ,멕시코
이민사를 그렸던 김영하 작가의 '검은꽃' 또 펄벅의 '대지' , 작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중국인들의 미국 이민 관련
이야기였던 'joyluck club', 또 중국 근대사에 얽힌 세 여인의 이야기로 국내에서는 '대륙의 딸들' 이라고 번역되었던
' wild swans' , 알렉스 헤일리의 "Roots ' 등등...
그러다보니 이 소설의 "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 라는 첫 문장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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