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보겠습니다. 황정은 단편소설, 창비 펴냄, 2021. 228쪽
인터넷 교보문고 보관함에 보관되어 있는 책 몇권 주문한다. 어떻게 해서 이 책이 보관함에 있게 되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소설책 몇 권 그리고 사회과학 책 몇 권 함께 주문한다.
책을 받으면 읽기 전에 우선 글쓴이는 누구인지 또 책에 대한 이런저런 광고카피나 또 머리말이 있으면 읽으면서
대충 감을 잡으려고 하는데 이 책은 희안하게도 작가의 약력도 또 의례있는 추천사등등의 글도 없고 본문 이외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어 도대체 내가 왜 이 책을 찜해서 주문하게 되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단지 2014년에 초판 1쇄 발행해서 2021년에 초판 26쇄 발행이니 뭔가 인기가 있는 소설이겠거니 짐작하면서.
하기사 책도 그렇지만 우리는 어떤 사람이나 현상을 볼 때 그 본질을 보기도 전에 그 사람이 어디 출신인지 또 어떤
학교 배경이 있는지 등등 본질 이외의 것들을 보면서 종종 엉뚱한 선입견을 갖게 되는데 물론 이 바쁜 세상에 일일이
다 읽고 조사해 볼 시간이 없으니 그렇게 이력이나 요약된 것을 보고 파악하면서 사는 것이 다 잘못되었다고는
말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아무튼 스스로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하여 인터넷에서 이 책에 관한 내용 아무것도
찾아 보지 않고 그냥 읽기 시작한다.
몇 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었으니 내가
찜을 했을테니 끝까지 읽어보자 마음 먹고 계속 읽어 나가는데 내가 전형적으로 싫어하는 취향의 글- 수식어가 많고
이리저리 언어의 유희가 많은 -이어서 읽어 가면서 몇번이고 그만 둘까 생각했지만 끈기있게 한자리에서 완독.
소설의 내용은 무기력한 미망인 아래에서 특별한 보살핌 없이 자란 두 자매와 비슷한 환경의 이웃집 아들의 삶을
각자의 관점에서 고백하듯이 풀어 나가는 이야기인데 그들의 삶이 특별한 것도 없이 그냥 평범한 오히려 그것보다도
못한 그저그런 삶이다보니 소설의 구성에서 이야기하는 소위 기승전결도 없이 그냥 그렇게 이야기의 끝을 맺는데
책을 덮고 나서 영 찜찜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책을 다 읽고 인터넷에 찾아보니 황정은이란 작가는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꽤나 유명한 작가이고 또 " 감미로운 미풍과
모두를 숨죽이게 하는 태풍이 존재하는 곳, 황정은이 한국문학에서 획득한 새로운 영토다." 라는 극찬도 있고.
아마도 그래서 내가 현대 소설을 좀 읽어 봐야겠다고 찾다가 이런 평에 끌려서 이 소설을 찜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또 이 소설을 시작으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글도 있고 아무튼 여러 글들이 있는 것을 보아서 꽤나
지금 책 시장에서는 인기가 있는 작가인 것 같고 그러다보니 이 소설이 26쇄까지 찍게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사람들 마다 독서에 대한 취향이 각양각색이니 내가 이 소설이 좋다 나쁜다 평가할 입장도 아니고 그러고 싶지도 않지만
느낌은 한마디로 "가벼움" 이다. 요즈음 젊은 세대들에 관한 글이나 노래 그리고 영화등에서 보여지는 소위 쿨하면서
시크하다는 감정, 그리고 일전에 한번 글을 쓴 적이 있지만 개와 같은 정서가 아니고 고양이와 같은 정서의 20대 30대
정서라는 생각인데 지금과 같은 삶이 그리 녹녹치 않은 자본주의 시대에 어쩔 수 없는 정서라는 어쩌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남에 대한 사랑은 있지만 그 때문에 상처 받기는 싫고 절대 자기 희생은 하기 싫어하는 그리고 수시로
자기의 이해에 따라서 카멜레온처럼 변색하는 가벼운 정서라는 느낌을 받는데 이 소설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책 뒷장에 쓰인 글귀가 지금 젊은 세대들이 공감하는 정서가 아닐까 싶다.
" 인간이란 덧없고 하찮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사랑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 하찮음으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 사랑에 관해서라면 그 정도의 감정이 적당하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헤어지더라도 배신을
당하더라도 어느 한쪽이 불시에 사라지더라도 이윽고 괜찮아 하고 할 수 있는 정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
그래서 이런 가사의 노래가 인기가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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