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하번천리의 봄, 41 x 31 cm, Oil on Arches Oil Paper. 2021
왠지 육체와 정신이 이완되어 특별히 뭘 해야겠다는 생각도 없고 그냥 맹하니 시간이 흐르고 있다.
프로화가들의 화집을 펼쳐본다. 각자 자기만의 스타일로 의미있게 대상을 표현하고 있는데 유화 물감을 과감하게
나이프로 그리는 화가의 그림도 꽤 임팩트가 있어 문득 한번 흉내 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참 전에 그렸던 그림 위에 나이프로 마티에르 효과를 주면서 그린다기보다는 물감을 덕지덕지 묻혀가는
방법으로 시도해 보는데 그런대로 재미있는 그림이 된다.
"재미있는 그림"이라고 이야기하다보니 프로들에게 그림 평을 받을 때 그 친구들은 좋다고 말하자니 그러고 싶지는
않고 또 나쁘다고 말하면 상처받을테고 그럴 때 흔히들 하는 표현이 '재미있네요' 정도인데 따지고 보면 별로
신통하지는 않다는 이야기일텐데 이 그림도 잘된건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 모르니 그냥 '재미있다' 정도로 자평한다.
우연이 모여서 인연이 되고 인연이 모여서 운명이 된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의 우연들이 언제 어떤 때에 어떤
인연으로 올런지.. 한참 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본다.
파울 클레가 말하기를 "사물의 외양에 나타난 그 이상의 무엇이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기만 하면 외양의
한계를 넘어선 세계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사물의 외양을 열심히 묘사하려고 노력하면서
무엇인가 그 이상을 구상회화 속에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렇다고 괜히 형태를 뒤틀리게 하거나 사물의 칼라를 바꾸는 식의 내용없는 기교는 허무하다는 생각.
우선은 열심히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잘 묘사하는 노력을 할 때라는 그리고 그 수준이라는 생각..
한국 구상회화의 거장이셨던 오지호 화백이 강조했던 " 회화예술은 '자연재현'만이 유일 절대의 방법론이다.
만일 회화가 '자연재현'을 떠날 때 그거은 벌써 회화가 아니다"라는 명제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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