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바다, 공지영 장편소설, 해냄 출판사 펴냄, 2020. 273쪽
원어로 된 사회과학 서적에 장시간 매달려 있다보니 진도도 잘 나가지 않고 또 머리도 복잡하다보니 독서의
즐거움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 머리도 식힐 겸 가벼운 국내 소설을 하나 읽는다.
공지영하면 이미 ' 고등어'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 봉순이 언니''인간에 대한 예의' '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등 수많은 베스트 셀러로 잘 알려진 작가로 역시 이 소설도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을 한다.
공지영 작가의 사생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지만 그것은 내 관심사가 아니고 나는
단지 작가로서의 그녀 작품을 평가하고 감상할 따름이다.
이 소설은 40년만에 만나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인데 무대는 미국 맨허튼, 그리고 첫사랑을 이루지 못했던
그 남자는 신학교 학생이었고 주인공 여교수 일행이 찾아갔던 쿠바의 훼밍웨이 생가등등 상당히 이국적인 요소들을
배치해 가면서 자칫 잘못하면 유치하게 흐를 수 있는 주제를 아주 긴박감이 있고 또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세련되게
끌고 나가고 있어 역시 공지영 소설의 문학성과 흡입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어떤 소설들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본전 생각에 ㅋ 유식한 말로는 매몰비용 - 책을 구매한 돈과 독서에 할애한
시간등이 아까워서 재미 없어도 그냥 꾹 참고 뭐 좀 반전이 있겠지 하고 읽는데 공지영 소설은 읽다가 언제든지
그냥 가볍게 읽기을 그치고 다른 일을 할 수 있게 독자를 풀어주는 그런 자유로움이 있다가도 또 다시 읽기
시작하면 빠져들게 하는 참 대단한 구성과 문장력이 있다.
구체적으로 스토리를 여기에 줄여 옮길 필요는 없을테고 단지 그녀가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 있는 한 귀절이
내 마음에 강하게 꽂힌다.
" 누군가 글 쓰는 데 필요한 조건을 묻길래 내가 대답했었다. 고통과 고독과 독서, 이 세가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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