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은행나무 발간, 2019, 379쪽
일전 off line서점에 가서 문학코너를 돌아보다가 2018년에 맨부커상을 수상하고 2019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올가 토카르추크의 책을 한권 갖고 왔다. 가끔씩 사서 읽어보는 문학책이지만 내 기억에 그동안
폴란드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또 노벨상 수상작가의 글도 최근에는 읽어본 기억도
없는 것 같다.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이야기의 전개가 그동안 읽어왔던 다른 소설류와는 달라 잘 집중도 되지 않고
도대체 이 소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문도 들어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았지만 읽어가면 읽어 갈수록 이상하게
소설이 흡인력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우선 작가가 맨부커와 노벨상 수상자 답게 문학적 상상력과
글솜씨가 발군이다보니 소설 자체의 의미를 이해하기도 전에 그냥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태고의 시간"에서 "태고"는 가상의 지명이지만 그 단어 자체가 아주 오래된 시간이라는 뜻인데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태고가 아니고 근현대이며, 역사적 사실이 여기저기 개입되어 있다. 현실세계에서 유리된 신화적
시공간을 그리고 있지만 한편 구체적인 역사적 사실도 개입되어 있기도 하다보니 조금은 환타지적인 느낌도 있고.
인간과 동식물, 사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태고라는 곳에서 거기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이 누구 누구의 시간이라는
소제목으로 언급되고 있으면 나아가서 동식물과 사물들까지 그들의 입장에서의 이야기까지 환상과 현실,
뱐화와 반복, 정신과 물질, 자연과 문명, 관념과 실체 이 모든 항목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뒤섞이고 있다.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가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전개되고 있어 처음에는 감이 잘 잡히지 않았지만
책의 1/3 쯤 읽어가다보면 서로의 관계를 알게되고 따라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저절로 몰입하게 된다.
"태고"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허구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실제 내용의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은 저자의 조국
폴란드가 러시아,프로이센,오스트리아로 부터 점령당했던 삼국 분할기, 양대 세계대전, 유태인 학살과
전후 폴란드 국경선의 변동, 사유재산의 국유화, 냉전체제와 사회주의 시대, 민주화 운동 등 폴란드에서
실제 벌어졌던 역사적인 사실들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며 태고의 주민들은 이런 사건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되어 있는데 소설에서는 그런 역사적인 사실들이 자세히 기술되지는 않고 태고의 주민들 삶에 미치는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기술되고 있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조금은 당혹했었지만 읽어가면 갈수록 왜 이 작가가 맨부커상 그리고 노벨상 작가인지
이해가 된다. 문학적 내공의 넓이와 깊이에 감탄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저자의 대표작이라는 "방랑자들"을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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