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표정, 김경엽 지음, 출판그룹 파란 펴냄, 2019, 249쪽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는 꽤 된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재미가 있어 한번에 소설책 읽듯이 읽는 것은 적절치 않아
외출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전철안에서나 카페에서 누구를 기다릴 때 꺼내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다보니
이제서야 완독을 하게 되었다.
책의 저자 김경엽은 중국문학을 전공한 학자로서 중국 소설이나 시를 통해서 당시 그 문학작품의 배경을
살펴보고 또 그것을 통해 중국인들의 사고방식등을 쓴 글들을 월간 문학사상에 연재했다는데 이 책은
그런 글들을 모은 책이다.
책은 다음과 같은 18개의 이야기로 구성이 되어있는데 여기서 그 내용을 일일히 줄여 기록할 수는 없고
단지 제목만 기록하기로 하는데 제목만 보아도 중국문학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히 그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까 싶다. 이야기가 좀 옆으로 새자면 나는 부페 음식점에 가는 것을 썩 내켜하지 않는 입장인데 그 이유는
한번에 이 음식 저 음식 배부를 때까지 먹고나면 정말 내가 음식을 즐겼나하는 회의가 들곤해서 그런데
이 책도 한 챕터를 읽고 또 그 챕터에 실린 한시나 소설의 귀절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기도 하면서 천천히
그 내용을 음미하는 즐거움이 크다보니 다른 책을 읽는 것처럼 한자리에서 완독할 이유가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배워서 외었으나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한 한시들을 다시 만나는 즐거움도 크고.
1. 시선일여의 시작
2. 현실과 환상의 경계. 가오싱젠의 "영산"
3. '붉은 종족'을 위한 진혼곡. 모옌의 "붉은 수수밭"
4. 신화와 상상력의 제국, " 산해경"
5. 욕망과 금지의 이중주, 장아이링의 "색,계"
6. 시와 그림의 만남, '시화일륜론'
7. "우연" 의 시인, 쉬즈모와 그의 여인들
8. 부재와 결핍의 노래. 설도의 "동심초" 사랑
9. 일탈의 로맨스와 문자 유희, 사마상여와 탁문군
10. 환상의 귀환, 포송령의 " 요재지이"
11. 중국인의 초상, 위화의 "인생"
12. 애도와 성찰의 시간, 자시다와의 "티베트,가죽끈 매듭에 묶인 영혼"
13. "희미한 등불 아래 있는 그대" , 원소절의 아름다운 시편들
14. 은일과 취흥 혹은 광기의 시인, 이백
15. 봄날과 전장의 시인, 두보
16. 유토피아를 찾아서, 도연명의 "도화원기"
17. 최초의 시인 굴원과 '중취독성'의 시학
18. 불가능을 사랑한 시인, 꾸청
이 중에 대중적인 것 하나 소개하자면 7번쨰 "우연" 이란 시는 197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상영되었던
"사랑의 스잔나" 라는 영화에서 홍콩의 유명 가수이자 여배우였던 진추하( 陳秋霞.1957-) 가 영화속에서 불렀던
노래중의 하나인데 당시 진추하는 나의 고교시절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로망이었던 기억이 있다.
그녀가 불러 유행했던 노래는 " One summer night"" Graduation Tears" 등이 있는데 이 "우연" 이란
노래도 쉬즈모(1897-1931) 란 시인의 시를 진추하가 곡을 붙인 것이라고 한다.
쉬즈모의 파라만장한 사랑 스토리 그리고 그의 시 150여편 중 몇편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데 당시
서구문명을 처음 접하면서 사회적 금기와 도덕 윤리의 금도를 넘나들며 타고난 재능과 예민한 감수성으로
쓴 시들이다보니 신중국 수립 이후 경직된 정치 환경 속에서 그의 시들은 부패한 부르조아 시들로 비판받으며
소외되었었고 1968년 문혁 시절에는 그의 무덤이 부관참시되는 참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1983년 이후 그의 시에 대한 재평가가 이루어져 이제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쉬즈모의 러브스토리를 대만에서 드라마로 만들기도 했다고 하는데 아무튼 진추하라는 대중 가수가 곡을
만든 이 "우연"이란 애정시도 많이 사랑 받는 시라고 한다.
我是天空裡的一片雲 나는 하늘에 떠도는 한 조각 구름
偶爾投影在爾的波心 어쩌다 물결같은 그대 마음에 그림자 드리웠지요
爾不必訝異 그대 놀라거나 의아해하지 마세요
更無須歡喜 더더욱 기뻐할 것도 없고요
在轉瞬間消滅了蹤影 잠시 머물다 사라질 자취일 뿐이니까요
爾我相逢在黑夜的海上 그대와 나 캄캄한 밤바다에서 만났던가요
爾有爾的 我有我的 方向 그대는 그대의, 나는 나의 갈길이 따로 있겠지요
爾記得也好 그대가 나를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最好爾忘掉 가장 좋은 것은 나를 아예 잊는 일
在這交會時互放的光亮 우리 만났을 때 쏟아졌던 눈부신 빛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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