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성 문장사전, 문예바다 편집부 엮음, 문예바다 발행, 2021. 254쪽
일전 토요화가회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는 김문환 화백의 개인전시회에 갔을 때 김문환 화백이 주셔서 며칠 동안
갖고 다니며 전철에서나 또 밖에서 누구를 기다리면서 짬짬이 읽어 본다.
이 책은 문예바다에서 김문환 화백이 표지 그림을 그렸던 고 정소성 작가의 문학전집 총 34권을 펴내면서
작품 속에 녹여 낸 세상의 본질이나 사물의 객관적인 외면에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사유체계를 일괄적으로 살피는
일에 효율적이라 생각이 되어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책 내용이 어떤 하나의 소설이 아니고 사전과 같이 ㄱ 부터 ㅎ 까지 여러 단어에 대해서 작가의
작품 속에 있는 문장들을 모아 놓은 형식이라 어떤 단어에 대해서 한 문장이나 또는 여러 문장을 모아 놓고 있다.
예컨데 "사랑" 이란 단어에 대해서 작가는 소설 속에서 어떻게 썼나 여러 문장을 따오고 있는데 아무래도
사랑이란 단어가 소설에서는 매우 의미가 있는 화두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찌 되었던 굳이 처음부터 읽을 이유도 없고 그냥 무작위로 내가 흥미가 있는 단어나 아니면 책 아무 곳이나
펼쳐서 가볍게 읽어 볼 수 있지만 어떤 문장은 생각을 해야하는 곳도 있다. 몇 단어의 예를 들자면
사랑 - 사랑의 본질, 그것은 역시 끝없는 부드러움이다.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그는
무엇에 앞서 그 사람에게 부드러워지고 말게 된다. 그가 부드러워지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기 때문이다 ( 사랑의 원칙, 하권 52 쪽)
인생 - 그 순간 그는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는 내면의 속삭임을 들었다. 여기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여기까지 와서
우물쭈물 한다면 자신을 영원히 구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물쭈물하는 것은 인생을 썩어 문드러지게
하는 이외에는 아무런 기능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문득 뇌리를 때렸다. 인생이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현재를 살아야하는 것이지 한자리에 붙박여 문드러지게 해서는 안된다. 한자리에 붙박인다는 것은 곧바로
미래를 거부한다는 뜻이고, 그렇게 되면 자연히 썩게 마련이다 ( 안개 내리는 강, 하권 250쪽 )
침묵 - 차 안에서는 누구도 떠들고 얘기하지 않았다. 묵묵부답. 침묵만이 고여 있었고 차체의 흔들림은 그 침묵만을
조금씩 촐랑거리게 할 뿐이었다. 이들이 조금 떠들어 주면 저 지독한 엔진음도 위세를 조금은 떨어뜨리게
될 텐데, 차 안에 들어찬 침묵의 켜 사이로 산 어스름이 스며들고 있었다.
( 밤바다, 아테네로 가는 배, 146쪽 )
하루 - 피로와 허망의 하루를 접고 잠자리에 들면 구체적인 하루는 사라지고 추상적인 의미로서의 일정한 시간만이
어렴풋이 의식된다. 그것이 하루라는 과거이다 ( 영원한 이별은 없다, 28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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