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최정은 옮김, 민음사 발간, 2020. 616 쪽
지난 9월에 우연히 올가 토카르추크의 " 태고의 시간" 을 읽고 이 작가의 작품에 매료되어 2018년 맨부커 상을
수상했다는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는 " 방랑자들" 을 읽는다.
역시 지난 "태고의 시간" 과 마찬가지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몰입이 될 때 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다.
한 스토리로 구성된 내용이 아니고 100여편의 길고 짦은 다양한 글들의 모음집이기 때문에 굳이 처음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읽다가 진부한 부분은 건너 뛰다가 또 글의 제목을 보고
흥미가 있을 것 같은 부분도 읽어보고 왔다 갔다 읽어서 제대로 완독을 한 것인지 스스로 확신도 서지 않는다.
맨 부커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니 일단 국제적으로 문학성은 인정받은 작품이란 사실은 부인할 수 없겠지만
책을 읽은 개인들의 취향에 따라서 호불호는 분명히 나뉠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
지난 30여년 이상 비지니스 세계에서 지내다보니 수식어가 많고 현학적인 글보다는 사실을 기술하는 글에
많이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이런 철학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이 많은 글은 읽어 가는데 다소 거부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런 류의 글을 읽으면서 그동안 굳어져 있던 사유하는 뇌를 조금이나마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좋은 독서가 된다. 스토리가 있는 소설이 아니니 짬짬히 읽은 부분을 또 읽더라도 전혀 진부하지 않을테니
사유의 깊이와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어찌되었던 이 '방랑자들" 은 일종의 여행기라고 볼 수 있는데 그 여행을 하는 인간들의 사유에 대한 일종의 고찰과
같은 성격의 글 모음이다. 저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여행이야말로 인간을 근본적으로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다는
주장이며 우리가 머무는 공간, 움켜쥐고 있는 소유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궁극적으로 삶의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한 개인의 여행기가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로 어떤 것은 편지의 형태로 어떤 것은 일기의 형태로
여러가지 형식으로 다양하게, 긴 것은 중편소설과도 같고 짦은 것은 불과 몇 줄 정도로, 또 공간적인 여행만이
아니라 시간적인 여행-회상 같은 것들 -까지 다양한 구성으로 엮어져 있어 어떤 면에서 우리 인간들 모두의 삶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하게된다.
일종의 여행기라고는 했지만 "방랑자들" 이라는 타이틀이 썩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우리가 어디를
목적지로 정하고 여행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곳이 우리 인생에서 가는 마지막 목적지도 아닐테고 또 다음
여행에서는 다른 곳으로 가고 결국은 인생의 종점에 다다를 때까지 어쩌면 그냥 방랑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여행이라는 것이 어디 멀리 가야만 여행인 것도 아니고 또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시간적인 여행도 있고하니
우리 인간들 삶이란 결국 여행의 집합체라고 할 수 밖에 없을텐데 그래서 성경에서는 우리네 인간을
이승의 나그네라고 표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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