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 유화 ) 회색빛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by ts_cho 2023. 1. 28.

회색빛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1 ), 30 x 20 cm, Oil on Fabrino Paper. 2023

회색빛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2 ), 30 x 20 cm, Oil on Fabrino Paper. 2023

 

겨울이 깊어가면서 닐씨가 더욱 추워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예년에 볼 수 없었던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어 밖에 나가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다.

그렇다고 사진을 보면서 현장의 느낌없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흥미가 없고..

 

읽고 있는 책이 있지만 가끔씩 서가에 꽂힌 책을 뽑아 들춰보기도 하는데 언젠가 읽기는 읽었어도 내용을 다

기억할 수 없으니 새삼 새롭다는 생각이 들어 새 책만 읽을 것이 아니라 전에 읽었던 책도 다시 한번 읽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요절한 천재 전혜린의 에세이 모음집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를 들춰보다가 첫 장 " 회색빛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에서 뮌헨의 회색 구름이 덮힌 저녁 무렵 가스등이 켜지면서 어둑어둑한 거리에 어디선가

낙엽을 태우는 보라빛 연기를 보면서 고독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대목을 읽는다. 

영원한 물음 " 당신은 어디에서부터 왔는가 ( Woher sind Sie) ? " 에서 도망하고 싶었고 절망적인

'고국까지의 거리감 ( Pathos der Distanz) " 을 앓고 있었다는 글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그 때의  분위기는

어땠을까 상상하다가 한번 연습삼아 작은 사이즈로 시도해본다.

 

항상 현장에서 보이는 경치만 그리다가 이렇게 머리속으로 상상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처음이라 

글을 읽으면서 내 머리속으로 그렸던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결과가 되어 무척 아쉽지만 그래도 앞으로는

이런 그림들을 그려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