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항지 1 ( 寄港地 1 ) , 25 x 35 cm, Oil on Fabrino Paper. 2023
2월도 벌써 열흘이 지나고 곧 3월이 오면 야외사생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야외에 나가서 보이는 경치를 그리는 것도 자연과 하나 되어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어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한편 일전에 전혜린의 "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의 글 중 하나를 읽고 막연하게나마 머리 속으로 그려지는
장면을 그려보았는데 새로운 시도이다보니 어설펐지만 그런대로 재미도 있었다.
오늘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 황동규님의 시 " 기항지 1 ( 寄港地 1 ) " 를 읽고 막연하게 그려지는 장면을 한번
그려본다. 사실 생각해보면 머리 속으로 그려지는 장면도 개인의 경험을 벗어 날 수는 없을테니 같은 시를 읽고
상상하는 장면은 사람들 마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남들의 공감을 얻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인데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나 자신도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한게 아니고 그리면서 수정도 해가고 과연 이 그림이 내 머리 속에 있던
그런 경치였는지는 확신도 서지 않는다.
어찌되었던 앞으로는 그림 속에 어떤 스토리가 있는 그림을 자주 그려볼까 생각도 하고 있다.
기항지 1 ( 寄港地 1 )
걸어서 항구에 도착했다.
길게 부는 한지(寒地)의 바람
바다 앞의 집들을 흔들고
긴 눈 내릴 듯
낮게 낮게 비치는 불빛.
지전(紙錢)에 그려진 반듯한 그림을
주머니에 구겨넣고
반쯤 탄 담배를 그림자처럼 꺼버리고
조용한 마음으로
배 있는 데로 내려간다.
정박중의 어두운 용골들이
모두 고개를 들고
항구의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에는 수삼 개(數三個)의 눈송이
하늘의 새들이 따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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