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덕리의 가을, 26 x 36 cm, Watercolor + Guache on Arches Paper. 2023
지난 주에 토요사생회에서 천안 명덕리 마을로 야외사생 간다는 스케줄을 통보 받았다.
그 마을은 조금 멀기는 해도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경치가 많아 그림 그리기에 좋은 장소이지만 아직은
밖으로 나가기에는 조심스러워 포기하니 못내 아쉽다.
아쉬운 마음에 몇해 전 가을에 가서 찍어 놓은 사진이 있어 보고 그려본다.
사실 수채화만으로 시작을 했으나 물이 마르는 것을 기다려 가면서 그리는 것에 익숙치도 않을 뿐더러
또 그런 것이 갑갑해서 물이 마르지도 않은 부분을 막 그리다보니 형태도 틀어지고 엉망이 되어 할 수 없이
과슈를 꺼내 덧칠해가면서 그린다. 결국은 투명 수채화가 아닌 불투명 수채화가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이렇게 그리다보니 수채화 만으로 그릴 때 어딜 조심하고 소위 value 조절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감을 얻는다.
10월이 오면 생각나는 시가 하나 있다.
황동규 시인의 "10월" 이란 시.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 하리.
두견이 우는 숲 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 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아늬,
石燈 곁에
밤 물소리
누이야 무엇 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 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 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석등 곁에
밤 물소리.
낡은 단청 밖으론 바람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혹 싸늘이 비가 뿌려와서∙∙∙
절 뒷울 안에 서서 마을을 내려다 보면 낙엽 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한 등불들이 어스름 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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