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시절에, 18 X 26 cm, Watercolor on Arches Paper. 2023
꽃이 핀게 엊그제 같더니 벌써 꽃잎이 바람에 날려 떨어진다.
만물이 소생하는 화창한 봄에 삶의 덧없음을 문득 깨닫게 해주는 벚꽃의 아이러니.
만해(萬海 韓龍雲 1879~1944)스님이 남기신
‘견앵화유감(見櫻花有感;벚꽃을 본 느낌)‘ 이란 한시.
작동설여화(昨冬雪如花) 금춘화여설(今春花如雪)
설화공비진(雪花共非眞) 여하심욕열(如何心欲裂)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 봄에는 꽃이 도리어 눈과 같구나.
눈도 꽃도 참(眞)이 아니거늘
어째서 내 마음은 찢어지려고 하는고.
‘지난겨울’은 그가 자유의 몸이었을 때이고, ‘이번 봄’은 구속되어 자유를
박탈당한 때를 말한다. 그리고 ‘눈’은 추운 겨울과 억압을 상징하고
‘꽃’은 따뜻한 봄과 자유를 상징하고 있다.
자유의 몸일 때에는 겨울의 눈도 꽃처럼 포근하게 느껴지더니,
구속의 몸이 되어서는 봄의 꽃도 겨울 눈처럼 차갑게만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이 어찌 개인의 옥중 감정에 그치겠는가.
같은 시대 온 민족이 함께 느끼던 암울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마음을, 같은 시대를 살았던 시인 이상화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라고
반문하며 표현하기도 하였다. 승려로서 구도자의 삶을 택했던 만해는
일반인보다 고뇌가 더욱 심하였던 듯하다.
눈이건 꽃이건 진리에 견주어 보면 모두 허상에 불과한 것이라
마음 쓸 것이 없겠지만 조국의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파하였다. ( 한국고전번역원의 한시 해설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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