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씨 마을의 꿈,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주) 자음과 모음 펴냄, 2024, 632쪽
이번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할 때 나왔던 이야기 중의 하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국의 옌롄커라는 작가가 수상 대상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사실 옌롄커라는 작가의 글을 읽어 본 적이 없어 어떤 작가인지 몰라 궁금해서 찾아보니
루신 문학상과 라오서 문학상등 20여개의 유명 문학상을 수상하고 현재 중국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세계적인 작가인데 그 작가가 본인의 최고작이라고 꼽는게 이 소설이라는 이야기.
그러면서 이 소설이 중국내에서는 판매 금지가 되었다는 뉴스도 있어 도대체 어떤 작가이고
어떤 소설인지 궁금하여 읽어본다.
책 모두에 한국 독자에 드리는 작가의 글이 있는데 이 소설은 "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다.
제가 쓰고자 한 것은 사랑과 위대한 인성이었고, 생명의 연약함과 탐욕의 강대함이었습니다.
한편의 소설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어떤 몸부림과 그 몸부림으로 인한 울음이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다 " 라고 하고 있는데 그런 작가의 처절한 절규에 비해서
소설은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렇지만 쉽게는 읽히지만 진지하면서도 희극적이고 또 한편
비극적이고 인간사회의 온갖 감정들이 혼재되어 있는 아픈 이야기이다보니
마냥 가볍게 읽히지는 않는다.
소설의 내용은 국가에서 시골 마을을 찾아 다니며 무지한 농민들을 대상으로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면서 채혈을 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잔머리를 굴리는 한 사람이 개인적으로 채혈을 하여
채혈센터에 팔면서 발생하는 사고가 야기하는 온갖 이야기들이다.
위생에 대한 이해가 없으니 주사기 하나로 채혈을 하다보니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어
마을이 초토화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동네 주민들이 각양각색으로 반응하는 이야기인데 어이가
없는 반응들이 많아 웃자니 서글픈 이야기인데 작가는 이런 이야기들을 해학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소설 속의 등장인물을 통해 비유적으로 중국 정부가 자본주의 도입하고 나서
벌어지는 부정부패와 인민의 저항을 우화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여기 저기 인터넷에서 찾아 보면서 알게된 사실들은 아주 정확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다른 분들의 글들이 인용한 글들을 보면 이 이야기들은
그냥 마구 허구적인게 아니고 1970-1980년대 서구에서 에이즈가 창궐하여 깨끗한 혈장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절에 서구에서 수입한 일부 혈장에 HIV 바이러스가 있었다고 한다.
중국 정부에서 HIV바이러스가 없는 깨끗한 혈장을 모아 혈장이 필요한 제약회사에 팔면
국가 경제도 그리고 인민들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1990년 우선 허난성을
중심으로 400개가 넘는 채혈센터를 만들어서 당간부들에게 일정 할당량을 주어 독촉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설 채혈센터도 생기고 이런 "매혈경제" 가 뒤죽박죽되어 HIV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고가 많이 생겨 심각한 문제가 생기다보니 당국에서는 쉬쉬하면서 채혈센터를
폐쇄하였다고 한다.
당시 허난성에서 매혈을 한 사람은 약 300만명에 이르렀는데 그 중에서 적어도 60만명 많게는
120만명이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인데 중국 정부에서는 이를 부정하다가 결국
인정하였다고 한다.
이 소설도 중국 일당독재 정부 시스템하에서 발생하는 이런 수많은 모순적인 사건들을 고발하는
내용이다보니 자국내에서 판매 금지가 된 것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매혈에 관해서는 한참 전에 읽었던 또 다른 유명작가인 위화의 " 허삼관 매혈기" 도 기억에 있는데
'허삼관 매혈기' 도 이 '딩씨 마을의 꿈' 과 같이 겉으로는 쉽게 읽히는 희극적으로 쓰여졌지만
어이없는 모순적인 현실에 대한 냉소적인 비판을 담고 있다.
사실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매혈이라는 것이 상당히 낯선 이야기 이지만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 허삼관 매혈기을 읽고 당시에 썼던 글 중의 일부를 옮겨보면 )
1971년 고등학교 3학년 말기에 갑작스럽게 복막염으로 서대문에 있던 적십자병원에서 한달이상
입원한 적이 있었다. 막 대입을 앞둔 중요한 시간에 그런 일이 생겨 그 이후 내 인생이 원래
목표로 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지금도 그 자리에 적십자병원이 있고 지금은 재벌들이
운영하는 대형병원들의 위세에 밀려 초라한 모습이지만 당시에는 서울대 병원,세브란스 병원등과
같이 그래도 알아주는 병원이었는데 병원 한 쪽에 적십자 혈액원이라는 곳이 있었다.
아침에 병실 창밖으로보면 혈액원 양지 바른 곳에 많은 사람들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매혈을 끝내고 혈액원에서 주던 크림이 들어있는 삼립빵을 하나씩 입에 물고 걸어 나가던
그 장면이 새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눈에 선하다.
그 때는 우리도 힘든 시절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 가기도 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 '당씨 마을의 꿈'은 2011년 '최애(인생은 기적)' 이라는 타이틀로 영화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유투브에 있으니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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