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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시집) 여행가방- 김선호 제2시집

by ts_cho 2016. 6. 17.

여행가방, 김선호 지음, 꿈과 비젼 발행, 2016




김선호 시인이 두번째 시집을 보내왔다.

오랜 신문기자 생활을 통한 예리한 관찰력과 감수성을 가지고 쓴 시들이 가득하다.

전공인 중국어 실력이 출중하다보니 한글로 된 시를 중국어로 번역해서 같이 싣고 있어 그 내공이 탄탄함을

엿보게 된다.

세계 각 나라의 음악에도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일전에 지구촌 명곡 100곡을 소개한 " 지구촌 음악과 놀다"

라는 책도 발행한 바도 있다.


시 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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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안 풍경


손에 든 직사각형 유리판은 얼굴을 빨아들이는 작은 블랙홀이다.

첫 화면에는 각종 아이콘들이 춤추며 이렇게 말한다.

" 세상 모든 것이 너를 소외시키더라도 나는 너를 결코 소외시키지 않는다. 단 사용료만 내면.."

글자와 사진과 동영상은 낮에 꾸는 개꿈이다.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한다.

예외는 없다. 눈감고 죽는 연습을 하고 있는 승객을 빼고는

얼굴은 유리판을 닮아서 사각형이 되어간다.

열차 벽면에 사각형이 된 눈을 쭉 째서 뒤집어 놓은 반달로 만들어주고 사각이 된 얼굴의 턱뼈를 쌍동

잘라내서 갸름하게 손봐주겠다고 성형광고가 유령이 되어 으스스 웃고 있다.


유리창 눈동자에 반사되는 피사체는 그저 그림자이기 때문메 굳이 서로를 외면하지 않아도 된다.

어쩌다 어깨라도 부딪거나 발이 밟히면 디스베이더의 광선검이 달린 눈으로 마슬러본다.

이럴 때는 제다이의 광선검을 감춘 채 빨리 깔면 깔수록 만수무강에 좋다.

소란스러운 아줌마들의 수다는 정차역 방송을 잘 알아들을 수 없도록 아이의 옹알이 소리로 만든다.

그들이 타기전에 긴 의자 한 줄의 정원은 일곱 명이고 그들이 타면 여덟 명이 된다.

먼저 타고 있을 때는 가끔 정원이 여섯 명일 때도 있다.

산망스러운 아이들 입속애는 사전이 있다.

욕이 입 속에 가나다 순으로 아주 잘 정리되어 있기 떄문에 각종 욕이 자유자재로 발사된다.

K200 장갑차 발칸포의 탄약 장착 머신을 달고 왔기 때문이다.

시회가 세금을 걷어서 아이들에게 해준 것 가운데 하나이다.


나이든 것은 성은이 망극하게도 전철이 내린 또 한가지 벼슬이다.

조자룡의 헌 카드만 대면 하루 종일 전철을 적토마로 부린다.

그들은 곳곳을 누비며 적을 섬멸한 무용담을 바닥에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머리카락 뒤엉킨 먼지

덩어리처럼 늘어 놓는다.

찌든 술 냄새와 정신 사나운 광고판은 하루의 두려움을 잊기 위해 잠든다.

리플리증후군에 걸린 국화꽃은 시들면 다시 피지도 못한다.

불쌍하게도 매일 해닥사그리해져서 집에 가는 꽃

죽는 연습을 하다가 가끔 종점까지 와버린 이들은 손 없는 날의 천사들

종점의 열차는 하루를 토하고 하나 둘 불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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