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포도, 스타인백 지음, 노희엽 옮김, 동서출판사, 556쪽
학창시절 한참 문학소설에 빠져 있을 때 한번은 읽었음직한 소설이겠지만 그 소설의 내용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아
정말 이 소설을 읽었는지 아니면 읽지 않고 그냥 제목만 기억하고 있는건지 확실치 않은데...
다시 이 소설을 읽어 봐야겠다는 계기는 올해 여름에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하면서 캘리포니아 지역의 수많은 농장을
보고 지나면서 또 특별히 살리나스라는 도시를 지나면서 스타인백의 이 분노의 포도라는 소설이 여러번 언급되어
어차피 그 내용이 전혀 기억에 없으니 한번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의 두께는 제법 만만치가 않아 합본되어 있는 "생쥐와 인간"을 뺴고도 556쪽 빽빽한 내용의 소설이다.
1933년부터 3년간 미국 중부를 강타한 모래폭풍으로 인해 오클라호마주에 살던 수많은 소작인들이 타격을 받게
되는데 거기에 더해서 지주들의 기계화 영농작업으로 삶의 터전이 붕괴되어 당시 일자리를 찾아 캘리포니아로
오는 장장 2,500여 Km의 대장정중에 겪은 고난의 과정, 그리고 막상 꿈을 안고 도착한 캘리포니아에서의 혹독한
노동환경 가운데 겪은 고난을 기록한 이야기인데 당시 이 소설이 출간되었을 때는 지본가 계급과 행정당국에 대한
비난 때문에 금서로 까지 지정이 되었지만 결국은 대중들의 환영을 받게 되어 저명한 풀리쳐상까지 수상하게 된다.
스타인백은 이런 진보적인 사상때문에 평생 FBI의 감시를 받기도 하지만 1962년 그의 나이 예순에 노벨문학상까지
수상하게 되어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된다.
"분노의 포도"라는 제목은 성경 요한계시록 14장에 심판의 날에 세상의 악인들을 신의 분노의 포도주 틀에 넣어
처단하는 모습을 암시하는 귀절이 있다는데 저자는 이 소설에서 " 배고픈 사람들의 영혼속에는 분노의 포도가
가득했고, 가지가 휠 정도로 열매가 가득했다"라고 당시 노동자들의 지주에 대한 적대감을 묘사하고 있는데서
그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지난 여름 미서부 여행중 LA에서 San Francisco까지 차로 달리면서 보았던 엄청난 규모의 농장들 그리고 아리조나
네바다 지역의 황량한 사막지대, 66번 도로등 이 책에서 언급되고 있는 장면들에 대한 직접 경험이 있다보니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현실감을 느끼게 되어 독서의 즐거움이 배가되기도 한다.
아무튼 지금이야 미국이 최고의 선진국이라고는 하겠지만 지금 이 레벨까지 올 때 겪은 고난의 역사들에 관한
책들을 읽다보면 좀 더 미국과 미국인들의 기저에 깔린 사고방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독서의 유익함도 있다.
한편 제임스 딘이 주연했던 그 유명한 "에덴의 동쪽" 이라는 영화도 스타인 백의 소설을 기반으로 한 것인데 이 소설의
내용도 역시 스타인 백이 거주했던 캘리포니아 살리나스에서의 이야기고 해서 내년이고 다시 미국을 갈 때는
살리나스에 있는 스타인 백 기념관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도 한다.
사족 하나..
이런 종류의 대하소설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에 살았거나 아나면 여행을
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 훨씬 소설을 읽는 재미가 더 할텐데 그렇지 않으면 어떤 때는 무척 지루하게만
느껴지기도 하는게 사실이다. 한국문학에 있어서도 "토지" "태백산맥"등은 한국인이 읽으면 실감이 나겠지만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외국인이 읽는다면 일견 지루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대하 명작은 그 자체로서도 독서의 즐거움이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그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을 한번
가서 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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