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어느날 가평에서, 31 x 41 cm, Oil on oil paper, 2019
겨울나무
잎새 다 떨구고 앙상해진 저 나무를 보고
누가 헛살았다 말하는가 열매 다 빼앗기고
냉랭한 바람 앞에 서 있는
나무를 보고 누가 잘못 살았다 하는가
저 헐벗은 나무들이 산을 지키고
숲을 이루어내지 않았는가
하찮은 언덕도 산맥의 큰 줄기도
그들이 젊은 날 다 바쳐 지켜오지 않았는가
빈 가지에 새 없는 둥지 하나 매달고 있어도
끝났다 끝났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실패했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이웃 산들이 하나씩 허물어지는 걸 보면서도
지킬 자리가 더 많다고 믿으며
물러서지 않고 버텨온 청춘
아프고 눈물겹게 지켜낸 한 시대를 빼놓고
(도종환·시인, 1954-)
'유화(Oil Paint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유화) 겨울꽃 시클라멘 그려본다 (0) | 2019.02.20 |
---|---|
(유화) 겨울 들녘에서 (0) | 2019.02.06 |
(유화) 진관동 가을 (0) | 2019.01.29 |
(유화) 장미꽃 계절을 그리워하며 (0) | 2019.01.26 |
(유화) 지난 6월의 기억 (0) | 2019.0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