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상스러움-진중권의 엑스 리브리스, 푸른숲 펴냄, 345쪽, 2002
한동안은 읽은 책들을 버리기 아까워서 전부 보관하고 있었지만 갈수록 쌓이는 책을 감당하기도 버겁고 또 다시
보지도 않을 책을 갖고 있는 것이 어느날 부담스럽다는 생각 그리고 별로 의미도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몇번 재고 정리를 하고 그래도 왠지 버리지 아쉬운 책들만 갖고 있으려 하는데 그것도 추리다보니 1,000여권
정도..이제는 이것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넘는 것은 정리하여 이 선을 유지하려고 또 솎아내다가 한번 다시
읽어 본다.
가끔 들춰보는 미술관련 책 몇권 남기고 다시 보지도 않을 책들 언젠가는 조만간 다 처분해버릴 생각도 하고는 있지만..
진중권 작가는 사람에 따라 선호도가 극명한데 그 이유는 이 친구가 진보쪽에서도 아주 왼쪽에 위치하면서-
사실 이쯤 되어야 서구사회 기준으로 정상적인 진보 좌파 소리를 들을 만하고 지금 죄파라는 사람들은
유럽의 기준으로 보면 어설픈 우파라고 분류하는게 맞는다는 생각이지만 아무튼 간에
여기저기 인터넷 매체나 방송에서 입바른 소리를 주저하지 않다보니 좋아하는 팬들도 있지만 반면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많은데 정치 평론같은데 들락거리지 말고 원래 전공인 미학분야에 집중해주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램이다. 물론 그동안 미학분야에서도 "미학 오딧세이" "생각의 지도" 같은 출중한 책들도 썼지만 언제부터인지
본격적으로 사회참여를 하는데 개인의 선택이니 내가 여기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고 단지 그 총명한 머리를
좀 더 학술적인 곳에 썼으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아무튼 이 책은 그가 머리말에서 " 인문학은 다분히 자폐증에 걸려 현실로 나가지 못하고 폐쇄회로 안을
공전하고 있다. 그 결과 학술적 담론은 공허해지고 대중들 사이에 떠도는 세론은 맹목으로 치닫는다. 담론과
세론은 연결되어야 한다. 그래야 세론이 이데올로기의 중금속에 오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라고 언급한 것처럼
사회 현상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견을 피력하기 위해서 쓴 책인데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한 내공으로
보다 심도있게 우리 사회현상을 분석하고 있다. 물론 예의 그 경쾌한 글솜씨를 발휘해서 어려운 철학적인 명제들도
이해하기 쉽게 더 나아가서 조금은 직설적으로 쓰고 있으니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겐 거부감도 있었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2002년에 나온 책인데 지금 다시 읽어 보아도 그가 진단한 대한민국 사회는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별로 변한게 없으니 비록 그동안 눈부신 경제성장도 했고 또 인테넷등등 사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지만 한 나라의
문화가 변한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책의 구성은 우리 사회에서 다음 현상들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그 주제에 대해서 여기 요약하기에는
벅차고 단지 이런 주제들에 대해 한번 스스로 생각해볼 의미는 있을 것 같아 제목만 나열한다.
1. 폭력
2. 죽음
3. 자유
4. 공동체
5. 처벌
6. 성
7. 지식인
8. 공포
9. 정체성
10. 민족
11. 힘
12. 프랙털
글을 쓴 김에 개인적인 생각을 좀 더 쓰자면 우리 사회의 아주 고질적인 문제중 가장 심각한 것은 맹목적적이고
그래서 폭력적인 집단주의 현상인데 자기가 속하고 있다고 여기는 그 동그라미 안의 구성원들에게는 한없이
친절하지만 일단 그 원을 벗어난 것들에 대해서는 아주 폭력적인 배타성을 보이고 있는데 마이크로하게는
학연 혈연 지연 그리고 나아가서 매크로하게는 국가주의..그래서 특히 우리보다 경제력이 떨어지는 타민족에 대해서는
아주 배타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는 멀리 이조시대 사색당쟁을 언급하는 사람도 있고 또 일제 식민통치하에서 경험했던 군국주의
문화, 그리고 군사독재 정권하에서 길들여진 집단주의 문화등을 언급하기도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기로 하고 아무튼 이런 폐쇄적인 집단주의 문화떄문에 다른 진영에 속한다고 생각되는
사람의 의견이나 제안에 대해서는 그 필요성이나 당위성을 쳐다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그런 현상이
정치판은 물론 학계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팽배하고 있으니 건전하게 토론을 통해 서로 경청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여기에 소위 지성인들이라는 사람들 까지 합세하여 편가르기를 하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을 않할 수가 없는게
현실이다. 지성인이러면 좀 더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경청하면서 겸손하고 품격있게 자기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또 서로 절충안을 도출해내는 그런 지혜들이 필요할텐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현상은
보수는 물론 진보까지 - 사실 우리나라의 보수나 진보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데올로기보다는 자기네들의 이해를
위해 뭉친 일종의 패거리에 지나지 않는다는게 나의 견해이기는 하지만- 그리고 어쩌면 중립적이어야할 학자들
종교인들까지 전부 자기네들의 목소리만 높이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내 개인적인 의견까지 두서없이 좀 장황해졌다.
사실 블로그에는 정치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주로 그림 이야기나 하려고 했었는데 진중권의 책을 이야기하다보니 ㅠㅠ
생각은 달라도 서로 경청하며 겸손하고 품격이 있는 그런 사회을 그리워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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