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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책) 런던 특파원 칼 마르크스

by ts_cho 2019. 4. 5.


런던특파원 칼 마르크스, 칼 마르크스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발간, 2013. 356쪽


일전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찾던 책이 없어 이 책 저 책 들척이다가 우연히 보게된 책인데 칼 마르크스가 1851년

조국인 독일에서 추방되어 영국에 거주하고 있을 때 마침  유럽을 방문중이던 "뉴욕 데일리 트리뷴" 의

편집장이었던 찰스 다나 ( Charles A Dana) 를 만나게 되는데 그는 1848년 유럽 전역에서 발생했던 혁명의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서 8개월 동안 여행 중이었다. 당시 "뉴욕 데일리 트리뷴"은 독자를 20만명이상 거느린 세계 최대의

신문이었는데 이 편집장은 마르크스에게 1948년 이후 유럽의 변화에 관한 글을 시리즈로 써 달라고 부탁하여 1862년까지

총 350건의 글을 게재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그 중 37건의 글을 옮기고 있다.


칼 마르크스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 냉전시대의 반공교육의 결과로 그의 사상과 이론에 대해서 기본적인 변변한

지식도 제대로 없으면서 괜히 상당히 불온한 선입견을 갖고 있지만 사실 경제학자, 철학자, 정치 이론가로서 그의  

학문적인 성과는 이미 폐기 처분된 공산주의 사상과는 무관하게 평가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한편 그가 가장 먼저 시작했던 직업이 저널리스트인데 1841년 예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와서 독일의 몇몇 

신문에 기고도 하고 또 편집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는 않다.


그가 "뉴욕 데일리 트리뷴"에 게재했던 총 350건의 기사가 어떤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언론기자 출신인 정명진 역자는

그 중에서 5가지 주제로 37건의 글을 뽑아 번역했는데 머리말에서 언급한대로 마르크스하면 모든 일을 경제로만

접근한다는 일반적인 평가와는 달리 적어도 언론에 발표한 글에서는 사회적, 정치적 분석 그리고 정치인이나 정부의

정책 뒤에 깔린 진짜 동기를 찾으려고 애쓴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세를 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마르크스하면 노동가치설이니 과학적 사회주의, 자본론등으로만 알고 있었지만 당시 저널리스트로서 어떻게

글을 썼을까 궁금하기도 하여 일독을 해보는데 일종의 "특파원 리포트" 같은 형식의 기사모음이다보니  신문기사답게

그 내용이 분석적이어서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읽어 나가기가 그리 용이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꾸역꾸역 읽는다.


몇가지 특기할 만한 이야기중의 하나를 언급하자면 우리에게는 미국의 남북전쟁이 당시 링컨대통령이 노예제도

폐지를 내세우며 치른 전쟁으로 각인되고 있지만 그의 기사에 보면 노예 해방은 그 전쟁의 결과였을 뿐 그 목적은

연방의 존속이라는 것이다. 그의 분석에 의하면 당시 세계를 이끌던 강대국으로 노예무역 폐지에 앞장섰던

영국이 남북전쟁 당시 이미 노예제도를 폐지한 북부를 지원하지 않고 노예제도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던 남부의

편에 섰었다는 사실을 볼 때 영국의 진짜 목표은 미국 연방의 해체였다는 이야기인데 당시 여러 사건들에 대한

분석과 함께 상당히 설득력이 있게 들린다.


19세기 중반의 유럽의 정세에 대한 기사들을 역자가 분류한 목차를 보면


1. 노예제도: 미국 남북전쟁, 영국 목화무역, 노예무역등에 대한 기사들

2. 제국주의: 동인도 회사, 러시아와 중국의 무역, 멕시코에 대한 간섭등에 대한 기사

3. 혁명과 전쟁 : 중국과 유럽의 혁명, 스페인 혁명, 시칠리아와 가리발디 이야기

4. 세계의 사회와 정치 : 노동문제, 러시아 농노해방, 미국의 등장 등등

5. 세계의 경제와 금융: 자유무역과 치티스트들, 오스트리아 파산, 유럽의 경제 위기 등등


20세기를 뒤흔들었던 사상가가 당시 시대상황을 어떻게 보는가에 대한 어렴풋한 이해가 되기는 했지만

부끄럽게도 역사 지식이 많이 부족함을 절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