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의 나날, 시바타 쇼 지음, 권남희 옮김, 2019, 234 쪽
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 신형철 작가의 책 "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에 작가가 소개하고 있는 인생의 책 몇 권중
하나로 거의 50여년전 일본에서 발간된 소설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읽히는 유명한 소설이라는데 2018년 11월
기준으로 139쇄 발행, 190여만부가 팔린 일본 현대소설의 고전이라고 한다.
우선 신형철 작가가 인생의 책이라고 언급하니 어떤 책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 190여만부가 팔린 책이라니
더욱 궁금하여 읽어본다.
이정도로 유명한 책이라면 사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벌써 읽어 봤을 책이지만 내 입장에서는
20여년의 해외생활로 인한 공백이 있기도 하지만 내 독서의 폭과 넒이가 일천하기 짝이 없으니 이런 유명한
책을 아직 읽어 보지 못한 부끄러움도 있다.
어찌되었던 이 책의 내용은 일본 전후 학생운동 세대의 이야기인데 작중인물 사노는 고교시절 이미 공산당에
가입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당의 방침에 따라 입산하여 군사조직에 가입도 하지만 "혁명을 두려워 하는
혁명가"라는 자기 존재의 아이러니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은 당을 떠나고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아가다가
그 자괴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그의 유서 속에 담긴 " 죽는 순간 나는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라는 질문은 그의 유서를 읽은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도 흔들게 되고 각자는 답을 찾기 위해 누구는 멀리
떠나고 누구는 침잠하기도 하는 등 그의 주의에 있는 여러사람들의 내면의 심리를 묘사한 소설이다.
지금이야 먼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전후 일본에서는 한참 동안 많은 전후세대들이 전쟁이후 사회주의
사상에 매료되어 심한 진통을 겪은 역사가 있는데 - 아직 일본에는 공식적으로 공산당이라는 정당이
있다- 그런 진통 가운데서 방황하며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가 50여년이나 지난 지금에 읽어도
공감이 가고 또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일종의 성장 진통 성격의 소설이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는데 내가 젊은 날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스스로 생각도 해보고 또 지금 이 나이에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 이런 책을 읽는 느낌은 또 다르다는 생각도
해본다. 사실 우리나라도 지난 60-7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많은 젊은이들이 독재정권에 환멸을 느껴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되어 투쟁하고 또 투옥되곤 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당시 캠퍼스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데모가
있었고 교내에까지 자욱하던 최류탄 냄새들 그리고 알던 친구 후배들이 잡혀가던 그 시절에 옆에서 어정쩡하게
방황하던 나의 지난 학창시절이 떠올라 비록 다른 나라의 다른 이야기이지만 많는 생각을 해주게 하는 소설이었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당시 투옥되었던 친구들이 지금은 정치판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항상 일본 소설을 읽으면서 특징으로 생각되는 몇가지는 우선 수식어가 별로 없이 문장이 깔끔하다는 느낌, 노벨
문학상을 받았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설국" 의 담백한 문장들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또 하나 "자살" 인데
이 소설에서도 자살이 중심 사건이 되고 있는데 자살하면 우리나라의 자살율이 엄청 높다고 하는데 일본과 비교해서
어떤지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살은 생활고나 병고등으로 높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인데
반면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명예를 지키지 못했을 때 할복자살등 자살이 어떤 면에서는 미화되어 왔다는 그런
생각도 해본다. 지금 몇 일본 소설들을 기억해보면 자살하는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느낌이니 옳은지 틀린지는 모르겠다.
언뜻 생각나는 하루키의 " 상실의 시대", 그리고 헷세의 "데미안" 김승옥의 "무진기행" 등 젊은 날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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