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고미숙 지음, 그린비 출간, 2008, 263쪽
일전 강남 롯데타워 근처에서 시간이 남아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이 책 저 책 기웃거리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시간도 있어
커피 한잔시켜 놓고 조금 읽어보다가 중고 책 가격도 6,200원 저렴하고 해서 그냥 사가지고 온 책이다.
책이 나온지가 10년도 넘었으니 이미 절판되었을 것인데 책의 내용이 뭐 그리 대단한 거대담론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냥
영화 이야기나 하는 통속적인 내용도 아닌 그런대로 재미도 의미도 있어 한자리에서 완독한다.
고미숙 저자는 고전과 근대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자로 일전에 방송에서 강연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시원시원한
직설적인 강연이 상당히 인상에 남아 그 이후 유투브에 보니 몇 개 더 강의 내용이 있어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었는데
이 책도 마찬가지로 글을 풀어나가는 솜씨가 시원시원하기 짝이 없다.
여러 강연들 중에서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이야기하는 강연은 나의 무지를 일깨워 주기도 했다.
이 책은 한국 영화 6편을 골라서 지금 한국 근현대 사회의 모습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다음의 항목들이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일상과 무의식을 지배해 온 핵심기재들이라고 보고 과연 영화속이지만 어떤 방식으로 삶과 사유를 조직하고
있는지를 풀어내고 있는 내용이다.
저자가 선정한 6편의 영화를 보면 그런대로 히트했던 영화들이지만 작품성이 뛰어나다고는 볼 수 없고 단지 우리 세대상을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시각에서 선정된 영화라는 생각이다.
괴물 - 위생 권력과 스팩터클에 대해서
황산벌 - 민족과 역사 그리고 언어
음란서생 - 포르노그라피와 멜로, 그 어울림과 맞섬
서편제 - 한(恨)과 예술의 은밀한 공모
밀양 - 가족, 고향, 신 , 출구 없는 욕망의 폐쇄회로
라디오스타 - "이주민'들의 접속과 변이
이 중에서 '황산벌''음란서생"은 아직 본 영화는 아니고 그렇다고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은 없고
'밀양'같은 영화는 이청준의 소설을 원작으로 상당히 의미심장한 내용으로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는데 책의 저자가
냉정허게 한편은 조금은 냉소적이기도 하게 풀어내고 있는 주장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내가 평상시에 몰랐던 사실들이나 또 다른 관점을 이해하는 계기도 되니 그런대로 의미있는 독서도 된다.
"밀양"에서 신애(전도연 역)가 신앙의 과잉 열정에 빠져 교도소에 가서 용서해주겠다고 했지만 그곳에서 죄인은 이미 스스로
하나님께 죄를 사함 받았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엄청난 충격을 받고 신앙에서 이탈하는 모습은 우리 시대에
기독교인들이 빠지기 쉬운 신앙의 자기만족 현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괴물" 에서 국가권력이 보여주는 모습은
얼마전에 사람들을 패닉으로 몰고 갔었던 사스같은 전염성 질환에 대해서 우왕죄왕했던 모습과 대동소이하며 결국은
개인이 해결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아무튼 저자는 위에 언급한 6개의 영화속에 보이는 제반
사회현상을 쾨도난마식으로 풀어내고 있어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던 안하던 간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생기는
독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사실 영화 특히 히트한 영화라는 것은 당시의 시대상과 제대로 매치가 되어야만 가능한 일이 될테니 대중영화를
통해서 사회현상을 본다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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