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 자서전( 상,하), 버트란트 러샐 지음, 송은경 번역, 사회평론 발간, 상권 592쪽, 하권 646쪽
한참 전에 이 책을 구매해서 읽어 보다가 중간에 흥미를 잃어 포기하고 그냥 서가에 놔두다가 이번에 큰맘 먹고 독파한다.
페이지에 뺵뺵하게 인쇄되어 상하권 합 1,200쪽이 넘은 대작이니 그냥 만만하게 읽어지지는 않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꾸역꾸역 읽다보니 책 내용에 몰입되어 그런대로 완독한다.
내가 버트란트 러셀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중학교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 시절 우연히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사실 지금 돌이켜보면 정신적으로 한참 미숙하던 그 나이에 어떻게
해서 그 책을 읽었는지 물론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리는 만무했겠지만 그런 먼 기억이 있다.
버트란트 러셀은 1872년에 태어나서 1970년에 9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니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까지 서구
문명이 한참 만개하던 시기에 또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엄청난 사건까지 근 한세기동안 수많은 사건들을 겪으면서
그의 삶을 명쾌하고 정직한 문체로 아주 디테일하게 기록하고 있어 비록 한 개인의 자서전이지만 인류 문명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 교육 혁신가, 지성과 사회와 성 해방의 옹호자, 평화와 시민권과 인권을 부르짖었던 서구의
최고 지성으로서 그의 일생을 기록한 이 책을 읽다보면 당시 유럽과 미국의 내노라하는 지성들의 이름이 망라되어 있고
또 그들과 교우했던 편지들까지 수록이 되어 있어 여태 내가 읽어본 자서전과는 급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는다.
98세를 사는 동안 결혼, 이혼을 세번하기도 하고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6개월동안 투옥되기도 했었고
1950년에는 노밸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유럽 전역과 미국 그리고 중국 일본에까지 굴지의 대학에 교수로 초빙되어
수많은 강의와 저서를 남긴 보통사람과는 다른 삶의 여정을 촘촘히 기록한 책이다보니 읽어 가면서 한편의 서구
지성사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시 유럽 전체가 자유롭게 지식을 교환하던 시절이었고 그러다보니 자유롭게 유럽 여기저기 초빙교수로 옯겨 다니면서
다양한 삶을 살면서 수많은 저서를 남긴 당대 최고 지성의 기록이다보니 역사을 통들어 진정 위대한 자서전중의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고 한다.
그의 개인사까지 기록이 너무(?) 디테일하다보니 완독한다는 것이 상당히 피곤한 일인데 서양 지성사에 관심이 있어
이 책을 읽으려면 굳이 그런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는 건너 뛰고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뱌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 사랑과 지식은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천국으로 가는 길을 이끌어 주었다. 그러나 늘 연민이 날 지상으로 되돌아오게
했다. 고통스러운 절규의 메아리들이 내 가슴을 울렸다. 굶주리는 아이들, 압제자에게 핍박받는 희생자들, 자식들에게
미운 짐이 되어버린 의지할 데 없는 노인들, 외로움과 궁핍과 고통 가득한 이 세계 전체가 인간의 삶이 지향해야 할
바를 비웃고 있다. 고통이 덜어지기를 갈망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해 나 역시 고통받고 있다"
"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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