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어크로스 발간, 2019, 343쪽
수필집을 읽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특히 종교에 관해서나 인생에 관해서 쓴 수필들은 대부분 그게 그것인
이야기들- 저자의 자질구레한 신변잡기들이나 아니면 마치 삶을 다 이해하고 초월한 양 쓴 이야기들이 별로 공감이
가지도 않아서 - 이다보니 이 나이에 새삼 새로 얻을 지식도 교훈도 없어 서점에 가서도 별로 눈길을 주지도 않았는데
나와는 다른 전문분야에서 종사한 사람들이 쓴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내가 몰랐던 다른 세상 얘기도 재미있고
그러다보니 내가 세상을 보는 이해의 깊이도 깊어지는 것 같아서 에세이류는 읽지 않겠다는 나름 생각에 변화가
생긴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하바드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인데 책을 펼치고
읽어 가면서 문장력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이 남달라서 어떻게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전공과 다른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수준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는데 나중에 저자의 약력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게 아니고 철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 사상사 특히 동양 사상사에 대해서
공부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독서클럽에 가입하여 다독을 했으며 또 꾸준히 글을 써와서 이 동네에서는 이미 이름이
있다는 사실..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고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에서 당선되기도 한 문장력에
관해서는 대단한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말 그대로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라고 세상에는 참 고수가
많구나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수필집인지라 일상적인 이야기, 학교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정치 이야기 또 영화 이야기를 엮은 책인데 평범하지
않게 풀어나가는 글솜씨에 더해서 저자의 내공이 번득이는 해석까지 독서의 시간이 아깝지 않았던 책.
특히 영화 평론은 일반적인 영화평론과는 차원이 다른데 여기저기 인터넷을 뒤져 저자에 대해서 쓴 글들을 보니
개봉 영화는 거의 다 본다고 그리고 한문실력이 뛰어나서 "논어"도 다시 번역하고 있고 또 저자가 미국에서
영어로 썼던 "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s" 를 중문으로 번역하고 있다고 등등....정말로 다재다능한
사람이라는 생각인데 책 말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 교수도 하면서 그 많은 일을 어떻게 다 하는가 하는데 대한
대답이 " 또래의 한국남자가 하는 많은 일을 하지 않아서 가능하다고..동창회도 나가지 않고 술자리에도 가지 않고
경조사도 잘 안가고 등등" ...
하기사 남들 하는 것 다하면서 언제 뭔가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까 적극 공감이 가는 이야기.
책 중에서 메모해 놓은 귀절 하나..
" 미국의 철학자 Richard Rory 는 자아 창조의 과정은 개인을 사회에 통합시켜 나가는 과정이라기 보다는
안티테제 ( Antithese) 를 형성해나가는 과정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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