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면 내방리 눈 내리던 날에, 41 x 33 cm, Oil on Arches Paper, 2019
금요일 서울지방 영하 9도까지 내려가더니 주말에는 조금 풀려 그나마 다행.
아침에 중무장을 하고 나서는데 하늘이 잔뜩 흐린게 눈 예보가 있어 은근히 설경을 기대한다.
그리 멀지 않은 수동면 내방리..가는 도중에 가는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온세상을 하얗게 덮기 시작한다.
날씨는 차가워도 바람이 불지 않으니 그림 그리는데 별 지장은 없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발이 시려 온다.
겨울용 등산화를 신고 다녔었는데 이제는 본격적으로 방한화를 하나 마련해야하나..
작년에 지금 보다도 훨씬 추운날도 그럭저럭 지냈는데..
오전에 가늘게 내리던 눈이 오후되니 그쳐 풍성한 설경을 그릴 수 없어 아쉽지만 요즈음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겨울에도 눈을 만나기가 쉽지 않으니 이정도로도 행복한 일.
항상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지만 그림 그리는 시간만큼은 아무 생각 없이 그림에 절대 몰입하게
되는 나만의 명상의 시간..
첫 눈 (김경미 시인)
마침내 그대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 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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