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유화(Oil Painting)

(유화) 이름 모르는 보라색 꽃을 그린다

by ts_cho 2020. 7. 3.

이름 모르는 보라색 꽃, 41 x 33 cm, Oil on Arches Oil Paper, 2020

 

코로나 19 상황이 언제 개선될지도 모르고 갑갑한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예전에는 매주 토요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야외사생을 거르지 않고 목요일은 클래식 기타 수업..이렇게 삶의 루틴이

나름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었는데 지난 몇달동안 주말 사생도 무기한 지연되고 기타 수업은 대면 수업이 찜찜해서 

당분간 미루고 그러다보니 삶의 루틴이 깨져 어떤 때는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게 맹하니 하루가 지나가고 그러면서

정신도 육체도 지쳐가고 있다.

올해부터 프랑스를 시작으로 몇군데 해외 그림 여행도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냥 지연되고 있으니 우리 나이의 일년은

젊은이들의 일년과 그 무게가 다른데 안타까운 마음이다.

 

일전에 동네 꽃집에 가서 보라색 꽃이 예쁜 화분 두개를 사와 창밖 베란다에 놓았다. 꽃 이름이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왠 꽃이 피었다가 하루만에 지는지 꽃몽오리가 생기고 금방 꽃이 피었다가 다음날 보면 꽃이 지고...

그래도 매일 매일 새로운 꽃이 피는 것을 보는 즐거움이 있다.

 

문득 캔버스를 꺼내 놓고 그냥 느낌을 살려 그려보기로 한다.  별 계획없이 그냥 붓가는대로 속성으로그리다보니

배경과 꽃이 좀 엉긴 어정쩡한 그림이 되고 말았지만 유화 물감 냄새를 맡고 나니 마음에 있는

응어리가 조금은 씻겨나가는 느낌이 있다.

 

최근에 우연히 쉬즈모( 1897-1931) 라는 중국 현대시인의 이별의 시를 읽게 되었는데 시의 제목도 "우연",

학창시절 한국 젊은 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영화 " 사랑의 스잔나" 에서 홍콩의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진추하가 부른 One Summer Night 이라는 노래와 함께 같이 그녀가 곡을 붙여 불려지기도 했던 그 때는

아무 뜻도 모르고 듣던 노래를 이번에 이 시를 읽게 되면서 다시 들어보니 지난 학창 시절의 추억이 아련하다..

 

我 是 天 空 里 的 一 片 雲         나는 하늘에 떠도는 한 조각 구름

遇 爾 投 影 在 你 的 波 心         어쩌다 물결같은 그대 마음에 그림자 드리웠지요

你 不 必 訝 異 更 無 順 歡 喜    그대, 놀라거나 의아해하지 말아요, 더더욱 기뻐할 것도 없구요

在 轉 瞬 間 消 滅 了 踪 影         잠시 머물다 사라질 자취일 뿐이니까요

你 我 相 逢 在 黑 夜 的 海 上     그대와 나, 캄캄한 밤바다에서 만났던가요

你 有 你 的 我 有 我 的 方 向     그대는 그대의, 나는 나의 갈 길이, 따로 있겠지요

你 記 得 也 好 最 好 尔 忘        그대가 나를 기억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나를 아예 잊는 일

在 這 交 會 時 互 放 的 光 亮    우리 만났을 때 쏟아졌던 눈부신 빛조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