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김영민 논어 에세이, 사회평론 펴냄, 2019. 273쪽
2019년에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라는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저자의 다른 책으로 동양의 최고 고전 중의 하나인 '논어'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을 모은 에세이집이다.
또 번거롭게 저자의 약력을 쓰기 귀찮아서 당시에 썼던 귀절을 그대로 옮기면
"저자는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하바드에서 동아시아 사상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친구인데 책을 펼치고 읽어 가면서 문장력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이 남달라서 어떻게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전공과 다른 분야에 대해서
이렇게 수준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감탄하는데 나중에 저자의 약력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게 아니고 철학을 전공하였고
대학원에서 사상사 특히 동양 사상사에 대해서 공부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독서클럽에 가입하여 다독을 했으며 또 꾸준히 글을 써와서 이 동네에서는
이미 이름이 있다는 사실..영화감독을 꿈꾸기도 했고 199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영화평론 부문에서 당선되기도 한 문장력에 관해서는 대단한 고수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말 그대로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 라고 세상에는 참 고수가
많구나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위의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장력이 정말 남 달라서- 여기서 남과 다르다는
것은 그냥 남들보다 낫다 정도가 아니고 매우 독창적( unique) 이란 의미-
어떤 문장에서는 너무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는 것 같은 현학적인 느낌도 주지만
아무튼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사유로 글을 읽는 재미가 쏠쏠할 뿐더러
나의 둔한 사유를 깨우쳐 주기도 한다.
'논어'는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으로
워낙 유명한 책이만 내 개인 생각에 학문을 하는 사람들 말고는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그리 흔치 않을 것 같은데 물론 나도 논어를 읽어본 적은
없고 여기저기 논어의 유명한 귀절이 자주 인용되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하게 여겨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마찬가지로 논어 그리고 공자를 이야기할 때 항상 같이 연관되는
단어가 '유교'인데 이 또한 제대로 개념 정립이 되어 있지 않아 여기저기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사용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유교' 에 대한
나의 개인 생각을 풀어 보기로 하고.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기원전 5세기의 생각들은 이미 죽은
생각이지만 이 죽은 생각의 시체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닌데 중요한 것은 어떤 생각이 과거에 죽었다는 사실을 냉정히
인정함을 통해서 비로서 그 무덤에서 부활한다는 것이다.
생각이 죽어 묻히는 자리를 텍스트(text) 라고 한다면 텍스트의 무덤이
콘텍스트(context) 라고 할 수 있는데 콘텍스트란 어떤 텍스트를 그 일부로 포함하되
그 일부를 넘어서 있는 상대적으로 넓고 깊은 의미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즉 과거에 이미 죽은 생각은 '논어'의 텍스트에 묻혀 있고 그 텍스트의 위상을 알려면
'논어'의 언명이 존재했던 과거의 역사적 조건과 담론의 장이라는 보다 넓은
콘텍스트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현대사회에서 뻑하면 문제의 해답은 고전에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며 마치 고전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자주 보는데 사실 기원전에 있었던
담론의 모음인 '논어'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또 나아가서 서구 중심주의를
넘어설 수 있다고 까지 이야기 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허위의식이며 일종의 네크로필리아
( necrophilia)- 나는 이 단어의 뜻을 몰라 인터넷에서 찾아 봤는데 저자는
참 별 단어를 다 아는구나 생각도 했고 ㅎ-라고 할 수 있다는 이야기. 근본적이든 아니든
인간에게는 항상 문제가 있고 고전이 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벌써 했을텐데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은 고전 속에 결정적인 해답이 있지는 않고 단지 근본 문제에
관련하여 상대적으로 나은 통찰과 자극을 주는게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고전의 지혜가 우리가 현대에 당면한 어떤 문제에 해답을 주지 않는데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은 고전을 읽는다고 우울증이
해결될 일도 아니고 또 현대인들의 소외가 극복되는 것도 아니고 자본주의의
병폐가 치유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책 제목대로 "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은' 텍스트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과 세계가 바로 텍스트란 이야기.
이러한 관점에서 '논어'에서 언급하고 있는 아래와 같은 개념들에 대해서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자세히 그 내용을 여기 옮겨 쓸 것 까지는 없고 단지 소제목이
어느 정도 그 개념들을 함의하고 있다는 생각에 옮겨본다.
인 (仁) - 신의 가호에 회의를 품게 된 시대의 사랑
정 (正) - 미워하라, 정확하게
욕 (欲) - 삶이라는 유일무이의 이벤트
예 (禮) - 해도 안 되는 줄 이미 알았던 사람
권 (權) - 우유부단함은 중용이 아니다
습 (習) - 실연의 기술
경 (敬) - 완성을 향한 열망
지 (知) - 알다, 모른다, 모른다는 것을 알다
성 (省) - 자성, 스스로에 부과하는 고통
효 (孝) - "빡센 각오는 돼 있어? "
무위(無爲) -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위 (威) - 부러우면 지는 것, 아니 지배당하는 거다
사(事) - 너의 존재는 거짓이 아니다
재현(再現) - 지구의 영정 사진 찍기
교학(敎學) - 돌직구와 뒷담화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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