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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사진(Photos)

( 사진 ) India의 추억들

by ts_cho 2021. 7. 21.

 

아내가 사진을 정리하다가 내 옛날 사진들이 있다고 해서 보니 사진에 날짜가 찍혀 있는게 1989년 인도에 가서

찍은 사진들이다. 처음 인도에 갔으니 호기심에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그 때부터 인도에 가기 시작해서 매년

한두번씩 꾸준히 출장 다녔으니 그동안 찍은 사진들도 여기저기 있겠지만 어디 제대로 쑤셔 박혀 있는지 모르겠다.

 

인도에 처음 갔었을 때 부터 한번 기억을 살려본다.

우선 서울에서부터 인도를 직접 가지 않고 싱가폴인가 방콕에서 인도에 갔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비행기 안에서 

기내식으로 베지테리안이라고 별도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있어 신기해했던 기억. 뭄바이 공항에 내리니 고온다습하고

메케한 냄새가 자욱한데 에어콘은 없고 공항 천정에 수백개의 fan이 빙빙 돌고 있어 저렇게 엉성하게 유지되고 있다가 하나라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쫄아서 고개를 움추리고 빨리 공항 밖으로 나왔던 기억도 생생하고.

물론 그 이후 공항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많이 현대식으로 개조 되었지만.

공항에서 뭄바이 시내로 들어 가는데 도중에 직경이 족히 2-3미터는 되는 것같은 커다란 관이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그 관 여기저기 통을 들고 다닥다닥 붙어있어 뭐하는 것인가 물어보니 뭄바이로 가는 송수관인데 낡아서 여기저기

조금씩 누수되는 곳에서 물을 받고 있다고. 공항에서 뭄바이까지 가는 길에 여기저기 정말 상상하기 힘든 난민촌들을

보면서 참 낯설게 느껴졌던 기억.

 

전에 "인도로 가는 길 ( Passage to India) " 이나 "간디" 등  인도에 관한 영화를 보면서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인도에 대한 다분히 환상적인 선입견이 막상 인도에 도착하면서 부터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하나 둘 이게

아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시간들.

 

뭄바이에서 에이전트와 함께 에이전트 차로 남쪽 티르반드룸(?) 으로 해서 코치(코친) 까지 갔다가 다시 인도의

실리콘 밸리라는 방갈로르까지 가면서 몇군데 업체들을 방문했던 기억이 있는데 가는 길이 하도 험해서 여기서 내가

인생을 종칠 수도 있겠구나하고 걱정했던 아슬아슬했던 시간들..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인도 사람들은 우리와는

반대로 NO 는 고개를 위 아래로 끄덕이고 YES 는 좌우로 저어서 상담중에 내 설명에 고개를 좌우로 저을

때마다 내 설명이 뭐 잘못되었나 순간 순간 당황했었던 기억도 있고. 

 

언젠가 한번은 뭄바이에서 북쪽으로 아흐메다바드인가 하는 도시로 국내선을 타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리 크지 

않은 국내선 공항이다보니 비행기에서 공항청사로 직접 이어지는 통로가 없어 비행기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데 비행기에서 내리니 당시 온도가 거의 50도에 육박해서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훅하고

정말 뜨거운 열기에 놀랐던 적도 또 호텔에 가서도 밤새동안 에어컨을 틀어 놓아도 그 열기가 식지 않아 

호텔방이 마치 사우나와 같던 기억.

 

쓰다보니 이런 저런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지만 가장 특기할 만한 경험은 인도 동북부의 도시 캘커타에서

기차를 타고 어떤 작은 도시에 위치한 공장을 갔던 일인데 아침 일찍 어둑어둑할 때 캘커타 기차역에 가니

역 광장에 사람들과 소, 개들이 전부 누워서 자고 있어 그 사이를 건너뛰며 기차 타는 곳까지 갔더니 -캘커타가

인도에서는 두번쨰로 큰 도시이니 그 역 광장 넓이도 만만치는 않다 -또 그곳에도

누워있는 사람들 또 적선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많은 불구 아이들..가방이라도 뻇길까봐 바짝 긴장하고 있는

나를 보고 현지 에이전트가 하는 말이 힌두교 윤회사상에 따라 지금 못살고 있는 것은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그런 것이니 지금 이런 못사는 삶은 그대로 수용해야만 다음 생에서 좋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

더 적극적으로 구걸도 하지 않고 더 열심히 일하지도 않는다고 그러니 안심하고 그냥 가방 바닥에 내려놓아도

된다고 하던 일..기차에 타니 생수를 주는데 생수병에 물을 다 마시고 난 이후에는 반드시 병을 쭈그려트려 버리리고

그렇지 않으면 거기에 아무 물이나 넣어서 또 파는 일이 비일비재 하다고.

(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화이트 타이거라는 인도 영화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

 

캘커타는 인도에서 뭄바이 다음으로 큰 도시인데 미국영화 City of Joy 의 무대가 되기도 했고 마더 테레사가

빈자구호를 하던 도시로 막연히 기대가 있던 도시였지만 인도 사람들에게 캘커타에 간다고 하니 그들이 하는 말이

캘커타는 인도에서 조차도 End of the World라고들 한다고 거길 왜 가냐고 ..그 말을 실감하게 된게 당일 일을

마치고 다시 켈커타로 돌아와서 호텔로 가는 밤거리의 모습이 정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닌가 할 정도로

나의 상상을 초월하던 혼돈과 무질서가 아직 눈에 선하다. 벌써 30여년전의 일이니 지금은 얼마나 나아졌는지

모르겠지만 요즈음 인도 뉴스들 보면 별로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은데 글쎄.

 

또 하나 인도 비지니스맨들 정말 고수들이다. 절대 함부로 속을 보이지 않고 상대방을 지치게 하여 본인들이 원하는 답을 얻으려고 하는 그 끈기들 ㅠㅠ 그래서인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계 보험 시장에서 가장 많이 활동하는

민족이 인도인들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인도 얘기하다보니 두서없이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쓴 것 같은데 또 즐겁고 재미있었던 기억들도

많았던 것 같은데 그런 것들은 별로 생각나지 않는게  아마도 아주 낯선 경험들이  강하게 오래 머리속에 남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서방도 아니고 동방도 아닌 제3의 세계로 또 힌두교라는 아주 이질적인 종교를

믿는 인도인들의 사고를 이해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과 비지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끈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는 기억도 있고.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기억을 살려 인도에서 있었던 다른 추억들을 써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 나중에 말레이시아에서 근무하면서 말레이시아 인구의 약 10%인 인도계들과의 경험으로 인도인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었지만 아직도 과연 내가 인도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는 아직도 의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