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지음, 열림원 펴냄, 2021. 321쪽
우선 이 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문학평론가,언론인, 교수, 장관까지 혹자는 이 새대의 최고의 지성이라고
하기도 하고 혹자는 너무 자유분방한 모습에 강한 비판을 하기도 하는데 아무튼 그런 개인에 대한 평가는 접어
놓고 그냥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게 적절할 것 같다. 내가 선생님의 책을 처음 읽은 것은 아마 대학교 시절에
'흙속에 저 바람 속에' 라고 기억하는데 물론 책의 내용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지만 상당히 감명을 받아
그 다음부터 나오는 책을 꽤나 많이 읽은 것 같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왠지 글들이 너무 자기 지식을 과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내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어
더 이상 이 분의 책을 읽지 않고 있다가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쓴 '지성에서 영성으로' 라는 책이 궁금해서
한번 읽어 보고 이 블로그에 짧은 단상을 기록한 적도 있다.
책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사는데 책의 내용을 잘 모르고 그냥 광고와 서평 같은 것을 중심으로 구매하다보니
어떤 책은 막상 받아 읽다보면 내가 생각했던 것과 괴리가 있어 읽다가 그냥 놔둔 책도 있어 가끔씩은 off line
서점에 가서 둘러 봐야겠다는 생각에 가서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베스트 셀러라고 진열이 되어 있어
한번 들춰 보게 된다. 한동안 선생님에 대한 뉴스 같은 것을 본 적도 없다보니 근황을 모르는데 이번 기회에 궁금하여
인터넷을 찾아보니 1933년생이시니 만으로 88세의 고령에 암으로 투병하고 계셔서 앞으로 얼마 사시지 못할
것이라는 소식들이 있다. 그래서 인터뷰 전문 기자라는 저자가 선생님을 매주 화요일에 만나서 몇 회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인터뷰한 기록을 정리해 놓은게 이 책이다. 마치 전세계적으로 베스트 셀러였고 아직도 인기가
있는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과 같은 느낌을 받는데 또 저자와 선생님이 그런 것을 어느 정도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신변잡기와 같은 가벼운 수필류의 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선생님과 같은 지성이 죽음을 앞두고
무슨 이야기들을 남기고 싶어서 인터뷰를 했을까 그 내용이 궁금하기도 해서 집에 갖고 와 읽어 본다.
연세가 연세이다보니 그리고 원래 선생님의 박학다식한 언변 때문에 인터뷰의 내용들이 전반적으로 어떤
일관성은 부족한데 그래도 책의 저자가 인터뷰 전문 기자답게 주제를 끌고 나가면서 기록하고 있어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번득이는 삶의 지혜와 교훈을 접하게 된다. 종교 이야기부터 우주 기원과 인간의 탄생 그리고
문학, 사소한 일상의 이야기까지 두루두루 많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는데 죽음을 앞두고 뱉어 내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세속적으로는 남 부럽지 않은 대단한 성공을 한 삶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딸의 죽음 그리고 암과의 투병등 많은
고통을 겪으면서 인생에 대해서 성찰한 내용들도 있고. 고난,행복,사랑,용서,꿈,돈,종교,죽음,과학 등등 특별한
주제도 없이 펼쳐지는 대화의 향연 속에 재미있고 또 선생님의 특별한 재치와 상상력이 빛나는 이야기들은 기억하고
싶어 여기저기 북마크 스티커를 붙여 놓는다.
책의 내용이 이렇다보니 여기 내가 정리해서 더 이상 글을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일테고..
본인의 삶은 새벽에 가장 먼저 머리를 쳐드는 새와 같으려고 노력했는데 그것은 부지런함이 아니고 새벽이
왔다는 것을 다른 새들보다 가장 먼저 알아채는 예민함이라고. 그래서 항상 남들이 생각치 못했던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나오게 되었다고..그래서 고독했었다고.
그렇지만 마지막 깨달음은 " 내 것인 줄 알았으나 받은 모든 것이 선물이었다" 라고.
사족 :
선생님이 태어나신 곳이 충청남도 온양 좌부리라는 곳인데 나도 어린 시절 그 동네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던
적이 있어 선생님이 그 곳에서의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하는 부분에서는 너무 공감이 가서 마치 내 눈앞에
그 정경이 펼쳐지는 회상의 아련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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