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듀어런스, 캐롤라인 알렉산더 지음, 김세중 옮김, 뜨인돌 출판사 펴냄, 2002, 173쪽
어디선가 남극 탐험에 도전했다가 실패했지만 성공보다 더 값진 실패라는 내용의 책 소개를 보고
궁금해서 찾아보니 20년전에 발간된 책이다.
1914년. 15세기경부터 시작된 탐험의 시대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 영국의 유명한 극지 탐험가
어니스트 새클턴은 27명의 대원들과 함께 인듀어런스라는 목조 범선을 타고 남극대륙 횡단에 나선다.
제국주의 시대에 극지방 탐험은 나라의 자존심을 걸고 진행되었었는데 새클턴은 1901년 영국의 또 다른
유명한 탐험가 스콧이 이끄는 탐험대의 일원으로 남극 정복에 나섰으나 실패하게 되고 1907년에는
새클턴 자신이 대장이 되어 탐험대를 이끌고 나섰으나 또 실패하게 된다.
그 이후 다시 스콧이 대장이 되어 다시 도전했으나 노르웨이의 아문센이 먼저 남극 정복에 성공하게 되는데
이에 실망한 새클턴은 남극 정복은 이미 아문센이 했으니 자기는 남극 대륙을 횡단하는 대담한 계획을
실천에 옮기게 되면서 이 책의 내용이 시작되고 있다.
초등학교인지 중학교인지 기억이 가물하지만 교과서에 남극을 최초로 정복한 아문센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아문센이란 이름도 기억하고 있던 차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남극 정복의 역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여려가지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있다. 영국과 노르웨이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에서
어떻게 스콧은 실패하고 아문센은 성공했는가 하는 전략 분석부터 이런 과정을 통해서 극지에서 발견한 일들이
어떻게 문명 발전에 도움을 주었는가 등등 전혀 내가 모르고 있었던 미지의 사실들을 알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튼 새클턴이 이끄는 탐험대는 영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고 300톤 규모의 목조 범선을
타고 1914년 8월 1일 출발하는데 그 배의 이름은 "인듀어런스" 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남극에 다다르기 전에 바다 위를 떠돌던 엄청난 부빙들에 의해 진로가 막히고 설상가상으로 부빙
사이에 갇혀 물길이 열리기만 기다렸지만 강력한 한파에 부빙들과 함께 얼어 붙어 꼼짝도 못하게 된다.
시속 300Km의 강한 바람과 영하 70도까지 떨어지는 남극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탐험대 일행은 배에서
지낼 수 있었지만 곧 부빙사이의 압력으로 인해 배가 파손되고 침몰하여 배를 탈출하여 부빙위에서 머물게 된다.
이듬해 부빙이 녹으면서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된 일행은 가지고 갔던 6미터 길이 정도의 피난선 3척을 이용하여
근처 섬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지금처럼 GPS 가 있는 것도 아니고 통신시설도 형편없던 시절이니 어디 구원을 청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보니
그냥 문자 그대로 조난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 섬에서 물개나 펭귄을 잡아 먹으면서 생존하고 있다가 결국은 새클턴이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조그만 배에
본인을 포함해서 6명이 죽음을 무릅쓰고 폭풍의 바다 1000Km 멀리 떨어져 있는 포경기지로 가기로 한다.
결국은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도착하여 그곳 사람들의 도움으로 남아 있던 대원들 모두를 구조하게 되는
실화인데 그 때가 1916년 10월이니 그 긴 시간동안의 생존 스토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이다. 내 글재주가 빈약하여 여기에 그 엄청난 고난의 과정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책에는 전문 사진사가 동승하여 찍었던 사진들이 있어 당시의 상황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책의 내용은 물론 한사람의 희생자도 없이 634일만에 살아오기 까지의 엄청난 고난 극복의 스토리이지만
한편은 새클턴의 리더십에 대한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비록 탐험에는 실패했지만 영하 70도를 오르내리는 추위와 식량 부족, 고립에서 오는 절망감을
극복하고 27명의 대원들을 무사히 귀환시켰기 때문에 후세의 존경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새클턴에 관한 책은 여러 권 나왔었다는데 이 책이 특별히 귀한 것은 동승한 전문 사진작가의 흑백사진이
당시의 상황을 고스란히 잘 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인간의 도전 정신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대항해 시대 변변한 항해 장비도 없으면서 망망대해로 나갔던 사람들, 눈 덮힌 히말라야를 그냥 거기
산이 있어 간다고 목숨을 걸고 등반하던 사람들, 극한의 환경인 극지를 정복하겠다고 나섰던 사람들 등등
지구상에 존재한 수많은 동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인간만이 문명 사회를 발전 시킨 이유가 바로 인간의
도전 정신에 있다고 토인비는 그의 저서 "역사의 연구" 에서 '도전과 응전' 으로 언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변화를 두려워하고 안주하고 싶어하지만 그래도 소수의 도전적인
인간들 덕분에 인류의 역사는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문득 떠오르는 사람들. '해봤어"로 유명한 고 정주영 회장, 애플의 고 스티브 잡스, 또 테슬러의 일론 머스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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