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강인욱 지음, 흐름 출판, 2021. 315 쪽
얼마 전에 이수역에서 내려서 어디로 가야할 일이 있었는데 이수역 내에 중고책을 팔고 사는 알라딘 서점이
있어 잠시 들렀다. 마침 시간의 여유도 있어 책 구경도 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고고학에 대해서 문득 궁금증이
생겨 가지고 와서 일독한다.
학창시절 문리대에는 고고인류학과가 있었는데 그 쪽 과목은 하나도 들어본 적도 없고 ( 문리대는 내 기억에
졸업학점이 120던가 140인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전공필수 40학점 정도만 이수하면 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다양한 학문을 접하라고 학문의 자유를 허용하던 시절이었다 )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관심이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교수 연구실이 있는 층에서 당시 한국 고고인류학의 개척자이신 김원룡 교수님 연구실 앞을 지날 때 보면
여름에는 문을 열어 놓고 계셨는데 - 그 때는 에어컨이 귀하던 시절이라 - 책이 입구부터 정말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것을 몇 번 보고 감탄을 금치 못한 기억이 아련하다.
참 이 글을 쓰다보니 김원룡 교수님이 쓰신 책을 읽었던 까마득한 기억이 있다. 무슨 수필집이었던 것 같은데
물론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고학 이야기하다보니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는데 어찌되었던
고고학이란 학문에 문외한인 상태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고고학이 어떤 학문인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된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고고학으로 석사까지 마치고 러시아 과학원 고고민족학 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경희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고고학자로 여러가지 언론 매체에 활발히 글을 쓰고 있다고 한다.
고고학이란 학문은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는 인디아나 존스나 트로이를 발굴한 하인리히 술리만과 같은,
황금과 보물을 연상하지만 그것은 지극히 일부의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이고 대부분은 수많은 무덤을 발굴하며
유물을 찾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러다보니 상당히 전문적인 학문이 되어 무덤에서 발굴된 작은 토기 하나가 어떻게 어디서 유래되었나 등등
조금은 진부한 독서가 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분야의 지식을 조금이라도 맛본 것이 의미가 있었다.
고고학이란 학문과 또 고고학자들의 수고를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는 우리나라나 외국의 박물관에 가서 전시된
도기 조각이나 여러 출토물들을 볼 때 그냥 예전처럼 가볍게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우연히 고고학자의 이야기와 관련된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영화 제목이
" 더 디그 ( The Dig)"로 기억하는데 영상미도 좋고 내용도 좋았던 기억이 있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고고학이 어떤 학문인가를 소개하면서 쓴 글을 여기 옮기면서 횡설수설 써가는 이 글을
이제 마감하기로 한다.
" 제가 고고학의 진정한 의미을 되새기게 되었던 건 지난 2016년 러시아에서 조선시대의 미라와 관련된
발표를 했을 때였습니다. 당시 한국의 미라 자료를 소개하면서 1998년 안동에서 발견된 이응태 묘의
출토품을 다시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31살에 요절한 남편을 떠나보내는 부인이 써서 무덤 속에 넣아준 마지막
편지인 < 원이 어머니의 편지> 는 지금 다시 떠올려 보아도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 당신 생전에 함께 누워서 다른 사람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라고 말하곤 하였지요..
이 편지를 보시고 제발 오늘 꿈에서만이라도 나와 주세요 '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죽음으로 수렴이 되어 망각이 되고 망각되어 버린 기억은 다시 유물이라는 몸으로
부활합니다. 고고학자에게 유물이란 다시 살아난 기억의 편린입니다. 이렇게 죽음을 통하여 삶의 의미를
찾아 가는 것, 그것이 바로 고고학입니다. ( 책 9,1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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