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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by ts_cho 2022. 5. 13.

이토록 매혹적인 아랍이라니, 손원호 지음, 부키(주) 펴냄, 2021. 356쪽

 

가끔씩 off line서점에 가서 뭐 좀 재미있는 책이 없나 돌아보는데 우연히 발견한 책.

저자 손원호는 한국외대 아랍어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에 살면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2003년부터 이집트, 예맨,사우디 아라비아,이라크 그리고 지금의 아랍에미레이트까지

18년 5개국 6570 일간 살았던 경험을 쓴 책이다.

2003년 이집트에서 어학연수를 시작으로 사우디 아라비아, 예멘까지 갔다가 2009년 한국석유공사 이라크

바그다드 지점에 근무하면서 이라크를 경험했고 본격적으로 아랍을 공부하기 위해 아랍에미레이트에 정착하였다고

한다.

 

아직 중동지역 관광도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특별히 중동과 관련된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 말고는 중동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드물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중동과는 먼 인연이 있다.

군사독재의 암울했던 시절, 대학을 졸업하고 종합상사에 취직하여 조금 다녔지만 별로 흥미를 느끼지도 못했고

그냥 빨리 한국땅을 훌훌 벗어나고 싶던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1980년대 초반 중동 건설붐으로 월급도 많이 주고

빨리 해외경험을 쌓을 수 있어 건설회사로 전직한다. 얼마되지 않아 사우디 아라비아에 가서 2년을 근무하게 되는데

그 이후 중동지역에 관련된 뉴스나 이야기가 나오면 그래도 조금은 관심도 갖고 보게도 되었다.

그 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면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막대한 오일달러 덕분에 엄청난 건설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당시에는 한국 건설회사의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서 미국이나 유럽의 굴지의 건설회사 하청공사가

대부분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의 회사들이 디자인하고 발주하여 중요한 것은 자기네들이 다 하고 토목 건축등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부분을 한국회사에 하청을 주던 그런 구조였는데 그러다보니 대부분 건설회사들이 사우디의 상업 수도인

제다에 중동지구 본부를 두고 원청회사들과 협조하면서 중동지역 사우디 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등 수많은 공사들을

통괄해서 컨트롤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기획실 소속으로 입찰과 관련된 일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의 원청회사들과

중동 여러지역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관련된 사항을 조율하는 일들에 관여하다보니 여기 저기 중동지역을

가보게도 되면서 아랍세계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게 되었다. 

나중에 건설 분야를 떠나 무역 제조업으로 전직을 하였지만 첫 해외경험이다보니 40여년이 지나도 그 당시 경험했던

여러 일들이 어떤 것은 아직도 생생하고 또 어떤 것들은 아련한데 여기서 쓰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테니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하고...

 

그렇다고 해서 그 이후 특별히 중동지역에 관한 책같은 것을 찾아 보지는 않아서 얼마나 아랍세계에 대한 다양한

책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저자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보니 현실감도 있고 또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정말 잘 쓰여진 책이라는 생각을 한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경험했던 아랍세계가 오버랩되고 또 나중에 동남아 근무를 하면서 직간접으로 마주했던

이슬람 종교 이야기까지 내가 알고 있던 아랍과 이슬람 종교의 얇았던 지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니 의미가 있는

독서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아랍세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도 되는데 그 내용들을 여기 다 언급할 수는

없고 그 중 하나는 특별히 아라비안 나이트에 등장하는 이라크의 바그다드에 관한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570년 이슬람의 선지자 무하마드가 태어났고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어 숙부 아바스에 의해서 키워지는데

숙부 아바스 후손들이 세운 왕조가 아바스 왕조이다. 아바스 왕조는 750-1258년까지 500여년 동안

이집트 카이로지역부터 지금의 이란지역까지 지배했던 광대한 이슬람제국이었다.

티그리스 강 유역에 새로운 도시 건설을 위해서 중동 각지의 기술자, 측량기사,구조공학자들 까지 약 10만명

이상의 인력을 동원해 수년간의 노력으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게 된다. 그 도시의 이름을 '평화의 도시'

라고 하였으니 그게 바로 바그다드인데 그 규모도 엄청났고 왕조 5대 칼리파 하룬 알라시드 시대에는

번영의 피크에 이르러 당시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아라비안 나이트' 를 읽으면 그 당시 바그다드의 화려함과 국제 무역도시로서의 위상을 알 수 있는데 

인간의 삶도 또 왕조도 흥망성쇠를 피할 수 없는 일, 결국은 1258년 막강한 징키스칸 손자인 훌라구의 10만

군대에게 패망하게 된다. 시아 수니의 갈등과 투쟁, 후일 사담 후세인의 등장,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전쟁 등등

많은 사건들의 과정으로 바그다드는 파괴될대로 파괴대어 2019년 미국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 에서 발표한

"세계 도시 삶의 질 평가"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231개 도시중에서 23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 옛날 아랍세계의 가장 아름답고 위대했던 바그다드 역사의 허망함.

러시아의 유명한 음악가 림스키 코르사코프가 젊은 시절 해군 장교로서 여러 지역을 경험했는데 특별히

아랍에 대한 개인적인 호기심과 천일야화라는 문학작품이 만나 탄생한  " 셰에라자드( Scheherazade)" 의

제4악장 '바그다드의 축제' 를 들으면서 바그다드 과거의 영광을 막연하게나마 상상해본다.

 

일전에 읽었던 이병한 작가의 "유라시아 견문' 은 어쩌면 아랍세계의 겉만 쓸고 간 느낌이라면 이 책은

아랍세계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는다. 개인적인 아랍세계의 경험을 회상하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이 크다.

 

사족 : 저자는 현지에서 '태양'이란 뜻의 아랍어 "샴스 Shams" 로 불리우며 한국과 아랍을 잇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다고 하는데 아랍어와 아랍세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