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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by ts_cho 2022. 5. 20.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염무웅 지음, (주) 창비 펴냄, 2021. 394 쪽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 국립한국문학관 관장이신 문학평론가 염무웅 선생님의 산문집 모음이다.

우선 "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란 책 제목이 상당히 특이한데 저자의 설명을 간단히 옮겨보면

"독일의 저명한 음유시인 볼프 비어만이 한국 인터뷰어에게 했던 말에서 가져온 것이다. 그는

열입곱살 때인 1953년 고향 함부르크를 떠나 이념의 조국이라고 생각한 동독으로 넘어갔다. 세월이 흘러

마침내 독일은 하나로 통일되고 그는 자신이 동독으로 건너갈 때 지녔던 꿈이 실현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기에 이른다. 머리속에서 구상한 낙원을 억지로 지상에 건설하려는 것은 지옥에 이르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에 도달한 것이다. 물론 한국인들 앞에 가로놓인 지옥은 독일인들의 것과 다르고

따라서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그들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어쨌든 극단적 냉전의

시대에 동독과 서독 양쪽을 모두 살아본 비어만의 경험은 한반도 분단 76년의 엄혹한 지뢰밭을 숨죽이며

건너온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부럽다고 할 만한 것이다. 그런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환경과

인간의 현실이 지옥으로 화하지 않도록 각자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만은 비어만도 나도

아니 이 세상 어디에 사는 누구라도 공유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 머리말에서 )

 

 

책의 구성은 4부로 되어 있는데 1부는 저자의 추억담이다. 저자와 함께 교류했던 많은 문학가들- 조태일,

이호철, 김윤수, 권정생, 김규동,채현국 등과의 사적인 이야기들을 모아 놓았다. 군사 독재 정부 시절의 

어렵던 이야기 그리고 샘터 창간 비화, 그리고 저자 본인의 문학여정까지 읽다보면 지난 시절 물질적으로는

어려웠지만 지금에 비하면 정말 순수했고 아름다운 그들의 교제가 많이 부럽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2부에서 4부까지는 저자가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글들을 모은 것인데 순수하게 문학에 관한 글들도 있고

또 저자의 정치적 견해가 포함된 글들도 있다. 특별히 저자는 우리나라의 분단에 대해서 많은 글을 썼는데

분단의 역사적 배경 그리고 어떻게 하면 분단의 역사를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깊은 성찰의 글들을

쓰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 한대로 독일 통일에서도 독일인들이 비싼 대가를 치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지금은 요원하게 느껴지는 남북한 통일이 된다고 해도 그 통일이 낙원을 가져오리라는 믿음이 아니라

지옥에 이르지 않게 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통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해방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 이 책에서는 촛불혁명까지 언급이 되고 있는데- 세계사 속에서 우리

민족의 역사를 조망하고 또 향후 우리 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저자의 깊이 있는 사유를 읽으면서

내 사유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의미있는 독서가 된다.

촛불혁명이후 지난 정부의 탄생까지 우리 민족의 저력에 대해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간절함까지 언급된

글이 마지막 글인데 지금 2022년 공정,상식,밥치주의,보편적 도덕률이 위협을 받고 있는 지금의 한국의

모습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실지도 궁금하다.

아무튼 시간이 갈수록 자본주의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아 많은 모순이 발생하고 있고 사회에는 물신주의가

팽배해지면서 인문정신이 피폐해져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염무웅 선생님의 문학을 둘러싼 삶과 현실을 통찰하는

사유가 귀하다.

 

 

사족 : 창비에서 나온 책들은 그래도 믿을 수 있어 장르 불문하고 종종 읽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