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 책 ) 최고의 영예 ( No Higher Honor )

by ts_cho 2022. 6. 9.

최고의 영예, 콘돌리자 라이스 지음, 정윤미 옮김, 진성북스 발간, 2012. 956쪽

 

가끔씩 들리는 알라딘 중고서적점에서 우연히 눈에 띄어 갖고 온 책.

미국 43대 대통령 조지.W. 부시 재임 8년동안 전반부 4년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후반부 4년은 국무장관을 역임했던

콘돌리자 라이스( 1954- )의 자서전인데 그녀 일생에 대한 기록이 아니고 부시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8년간의 기록이다.

주지하다시피 조지 W 부시는 41대 대통령 조지 H.W,부시의 장남으로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나뉘고 있는데

능력으로는 그리 높은 평가는 받지는 못했지만 정의감과 신앙심이 강해 도덕적으로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의 재임 당시  9.11 테러와 이라크 전쟁, 2008년 금융위기등과 같은 대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대통령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면서 활동했던 기록들을 정리한 책으로 그러다보니 책도 뒤부분 사진들까지 1000쪽에 육박하게 두툼하다.

 

콘돌리자 라이스는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앨라바마주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는 장로교 목사이자 교수였고

아버지를 따라 콜로라도 덴버로 이주해서 그곳 덴버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특별히 러시아어에 능통하고

러시아 정치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다가 부시 대통령 선거 참모로서 정치에 관여하게 된다.

흑인으로서 이렇게 크게 성공했던 배경에는 부모의 남다른 교육법이 있었다는데 그래서인지 콘돌리자 라이스의

교육법이라는 것도 있다고 한다. 한편 이 책에도 내가 흑인으로서 이렇게 까지 성공했다는 자부심에 넘치는 글이

여기저기 보이기도 한다.

 

8년간의 기록이다보니 그 내용이 방대한데  그 중에서 특기할만한 사항은 9.11 테러 이후 미국 정부내에서의

상황에 대한 대처 그리고 어떻게 해서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게 되었는가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는 부분이다.

나중에 이라크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 무기가 발견이 되지 않아 곤혹스런 입장에 놓이기는 했지만 그렇게

결정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을 하고 있다. 당시 전쟁이 너무 성급한 판단이 아니었을까 하는

후회도 있지만 결론적으로는 중동에 독재자를 하나 제거해서 후일의 화근을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잘했던 판단이라고 쓰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라크는 안정이 되지 않고 있으니 과연 그 당시의 행위가 정당했었는가에 대한 평가는

또 다른 문제가 될 것이고. 당시 정부내의 매파였던 부통령 딕 체니 그리고 국방부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와

비둘기 파인 콜린 파월간의 갈등도 언급이 되어있고 미국 정부내에서의 정책 결정 과정을 어느 정도 이해하는

계기도 되니 아마도 우리나라 외교부에서는 필독서였을 것 같고.

 

서방세계의 리더로서 미국 외교의 선봉에 선 국무장관으로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 내면서 만났던

지구 곳곳의 수많은 외국의 리더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외교 비사까지 어느 정도 언급이 되고 있는데 아무래도

기록을 위한 글이다보니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나라들 이야기는 그냥 건성으로 읽고 넘어기기도 하고 아무튼

당시 상황에 대한 기억을 살려보면서 그 배경에 대해서 그랬었구나 하고 이해도 하게 된다.

그런데 전세계 수많은 리더들과의 회담을 통해 갈등을 중재하고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그렇게 노력을 했지만 지금 

2009년 그녀가 국무장관직을 떠난 이후 10년도 더 지났지만 이 책에서 언급되는 갈등지역은 그대로 별로 개선된

것도 없고 그냥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과연 미국이 이렇게 사명감을 갖고 외교 정책을 펼치지 않았다면

어떤 모습일까 더 악화되었을까 아니면 나은 모습이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책에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 정책에 대해서 잠시 언급이 되는데 주지하다시피 부시는 김대중 대통령의 햇빛

정책을 별로 찬성하지 않았고 6자 회담을 통해 풀려고 노력했었는데 지금 이 시점에 북한 문제는 전혀 나아진 것도

없고 지금 상황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걱정도 된다.

또 책에서 많은 부분을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지만 북한 문제와마찬가지로 지금 특별히 상황이

달라진 것 같지도 않으니 국제적으로 서로 다른 이해를 조정한다는 것이 지난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국의 외교부 장관을 넘어서 세계의 외교 장관의 역할을 하는  미국 국무장관으로서 개인적인 자부심과 애로등을

비교적 솔직하게 기술하고 있는 이런 자서전을 읽는 것은 특별한 독서의 즐거움이 된다.

이 책은 전술한대로 8년간 정부 관료로서의 활동 기록이 중심인데 한편 가족 회고록은

" Extraordinary, Ordinary People" 이라는 책이 있는 모양인데 아직 한국에서는 번역이 되서 나온 것 같지는

않다. 하기사 우리나라에서 그녀의 개인사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테니..

 

사족..책을 읽으면서 여기 저기  책갈피를 해 놓았는데 303쪽에 재미있는 이야기 하나. 의미심장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상대로 협상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만날 때마다 길고 지루한 역사 강의가 

시작되거나 UN결의에 대한 잔소리가 늘어졌다, 지루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자 한 측근이 이스라엘은 세계를 통틀어

가장 법률을 존중하는 나라라고 귀띔해주었다. 율법을 빼면 이스라엘에 무엇이 남겠냐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무엇이냐고 되묻자 "사촌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책(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 후설( 喉舌 )  (0) 2022.06.29
( 책 ) 파피루스의 비밀  (0) 2022.06.20
( 책 ) 애도하는 사람  (0) 2022.06.01
( 책 ) 번역에 살고 죽고  (0) 2022.05.25
( 책 ) 지옥에 이르지 않기 위하여  (0) 2022.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