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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후설( 喉舌 )

by ts_cho 2022. 6. 29.

후설(喉舌), 한국고전번역원 승정원일기 번역팀 엮음, 한국고전번역원 발행, 2014, 291쪽

 

책 제목 '후설'은 '목구멍과 혀' 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승정원을 가리켜 부르던 말인데 이 말은 '시경' 에

'왕의 명령을 출납하니 왕의 후설이로다 ( 出納王命 王之喉舌 출납왕명 왕지후설) 라고 한데서 나왔다고

한다. 승정원이란 조선시대 왕명의 출납을 담당하던 행정기관으로서 오늘날의 대통령 비서실과 유사한

조직 정도이고 승정원 일기는 승정원에서 국정과 관련된 내용을 일기 형태로 기록한 책이다.

정말 안타깝게도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그리고 영조대와 고종대에 화재를 입으면서 그동안 작성된

'승정원 일기'의 많은 부분이 소실되었지만, 복구 과정을 거쳐 현재 1623년부터 1910년까지 총 288년간의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 양도 대단해서 무려 3243책, 2억 4300만 자로 조선왕조실록의 5배 가량이나

된다고  하며  중국에서 가장 방대한 역사기록물이라는 '명실록(明實錄)'(2천964책, 1천600만자)보다도 훨씬

분량이 많아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양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동안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고 또  활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한문으로 기록된 방대한 양에 비해 번역된

분량이 매우 적었다는 사실인데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모두 번역하는데 10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세계가 인정하는 이 자랑스런

우리의 문화 유산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하는데 독자들에게 이 '승정원 일기' 가 도대체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1부에서는 승정원 일기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기록하고 있고

2부에서는 선별적으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어 있는 기록을 소개하고 있으며 3부에서는 왕이 내린 명령이나 

신하들이 보고한 내용이 담긴 문서를 중심으로 문서의 성격과 해당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4부에서는 

하루 기사를 바탕으로 왕의 하루를 재구성하여 독자로 하여금 구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한참 전에 조선왕조실록 축약본은 읽어본 기억도 있고 또 티브이 드라마 등에서 조선왕조실록과 관련하여

많은 드라마들도 만들어지곤해서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지만  승정원일기에

대해서는 이름은 들어봤어도 내용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다가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조선왕조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에  관해 지식을 더하는 좋은 기회도 되어 의미있는 독서가 된다.

'승정원 일기' 가 무슨 책인가를 소개하기 위한 책이다보니 내용이 산발적이어서 여기 내가 정리한다는 것은 어불성설.  

책 중에 영조대왕 시절의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데 영조와 사도세자 4살 때의 기록도 흥미롭다. 불과 4살 밖에 되지 않는

왕자와 영조대왕 그리고 영의정 이하 주요 대신들의 대화가 기록되어 있는데 그 어린 나이부터의 왕세자로서의

교육과정이 인상적이고 또 7살 때의 사도세자와 영조대왕 그리고 신하들과의 대화를 보면 사도세자의 총명함이나

세자에 대한 영조대왕의 각별한 정이 잘 나타나 있는데 후일 비극적인 사건이라니 송강호와 유아인이 연기했던

'사도'라는 영화에서 사도세자가 비참하게 뒤주에서 죽어가는 처절한 장면과 오버랩도 되고.

 

영조대왕 당시 왕과 신하들의 대화도 진솔하게 기록이 되어있는데 그 중의 하나을 소개하자면( 159쪽 ) 영조가 나이

50세 때에 40세 때 그렸던 어진(왕의 모습을 그린 그림) 을 갖고 오라고 해서 보면서 신하들과 이야기하는 기록이 

있다. 영조가 10년 사이에 변한 자기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나이 많은 형이 어린 동생을 마주하는 듯하다고 하는데

( 이 표현은 백낙천이 지은 시에서 나왔다고 한다)  안타까워서 신하들에게 경들의 의견은 어떠냐고 하니 아부하지

않고 사실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하니 영조 왈 (웃으면서) 경들은 항상 나를 두고 안 늙었다고 하더니 지금은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하는 대목에서는  왕과 신하들간의 훈훈한 정이 엿보이는 장면도 있다.

또 당시 영조가 보통 아침 5시에 일과를 시작하면서 하루 종일 열심히 일을 하던 기록을 보면서 새삼 놀랍기도 하고.

 

아무튼 책 내용도 충실하고 중간 중간에 역사적으로 관련된 사진들도 많이 삽입되어 있는 잘 만들어진 책이다.

우리의 위대한 유산인 '승정원일기' 가 조속히 완역되고 또 디지털 자료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이 쉽게 만날 수 있는

날을 기대하면서...

오랫만에 의미있는 독서의 즐거움이 크다.

 

20년전에 만들어진 동영상을 보는데 지금은 " 국사편찬위원회' 가 아니고 ' 한국고전번역연구원' 이란 조직이

2007년에 만들어져 은평뉴타운에 위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