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산책, 류영하 지음, 이숲 펴냄, 2022, 252쪽
Off-Line 교보 문고 중국코너를 돌아보다가 눈에 띄어 갖고 온 책.
대만은 1988년부터 1992년까지 비지니스로 몇차례 다녀온 적이 있지만 그 이후 거의 30여년 동안 한번도
간 적이 없다. 최근에 미중간의 갈등 지역으로 언론에 자주 회자되기도 하고 또 세계 경제 전쟁 속에서
삼성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반도체 회사라는 TSMC라는 회사도 이제는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닌 곳이지만
사실 대만에 대해서는 별로 지식이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대만과 단교를 하고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를 한게 1992년이니 내가 대만 출장을 다니던 때는 아직 우리나라와
국교 관계가 있던 시절이다. 아련하지만 그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보면 상당히 한국 사람에 대해서 호의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992년 돌연 단교하게 되면서 우리 나라에 대해서 상당히 부정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직접
피부로 느껴보지는 못해서 그건 잘모르겠고. 아무튼 당시 출장 다니던 시절을 기억해보면 지금도 기억이 나는 것은
우리로 치면 광화문 네거리 같은 중심 도로에 빈 콜라 캔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고 타이페이 도시가 잘 정비
되어 있지 않았었다는 인상이 남아있다. 나중에 들어보니 당시 본토에서 쫓겨온 국민당의 대만 정부 ( 정식 국호는
중화민국 ) 는 본토를 수복해야 한다는 지상 과제가 있다보니 대만 섬에 중화학 공업같은 거대한 장치 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되고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산업이 경공업 중심으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당시 국민당은 공산당을 피해 잠시 피난을 와있는 것으로 생각하다보니 도시를 제대로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것에 별로 많은 관심이 없다는 이야기.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이 중화학 공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면서 대기업 재벌 위주의 경제 발전 정책을 폈으나 대만은 그렇지 못해 수출의 90% 정도가 다 경공업 제품들로
이루어져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와는 판이하게 달랐던 시절이다.
그 이후 4백년 전에 대륙에서 넘어와서 정착한 소위 본성인((本省人 ) 이 정권을 잡게 되고 본토 수복이라는 것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다는 냉정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지하철도 만들고 중화학 공업에도 투자를 하고 하면서 독자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어서 지금은 일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높은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사실 정도가 책을 읽기 전까지 내가 대충 갖고 있던 어설픈 지식이었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대만이라는 나라는
국토 크기는 우리나라 경상도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인구는 24백만 정도인 나라이지만 그 안에 같은 중국인이지만
이주해 온 지역에 따라 언어도 다르고 또 국민들 간에 갈등도 있고 안으로는 상당히 복잡한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을 읽어 가면서 인터넷도 찾아보며 확인도 해보면서 대만을 더 이해하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의 연구기관인 EIU가 2021년 세계 민주주의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대만이 아시아에서
1위, 세계에서 8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을 보면 완전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해도 과언은 아닌데
참고로 한국은 16위, 중국은 148위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한 때는 본토의 중국 ( 중화인민공화국) 과 일국양제 정책으로
가깝게 된 적도 있으나 홍콩에서 중국이 하는 것을 보고서는 중국 당국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서 이제는 본토와는
전혀 다른 나라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한다. 솔직히 전에는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간주하는 것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 왔고 그래서 미국이 대만에 대한 중국 정책에 대해서 간섭하는 것에 대해서 과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대만의 정치, 경제, 문화 , 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지식을 얻다보니 중국과
대만의 관계가 우리의 남북한 관계와는 성격이 다르고 외부에서 쉽게 말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대만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새삼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국도 지난 30여년 동안 다른 나라가 되었고 대만도 물론 엄청 달라졌을텐데.
그 때 같이 비지니스하던 친구들도 만나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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