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 write and draw to empty my mind and to fill my heart ..
책(Books)

( 책 ) 슬픈 경계선

by ts_cho 2022. 8. 21.

슬픈 경계선, 아포지음, 김새봄 옮김, 청림출판 펴냄, 2020. 365쪽

 

대만의 인류학자이며 저널리스트인 아포가 르포 형식으로 아시아 여러나라들을 여행하면서 쓴 기록이다.

저자는 현재 대만의 인류학 연구소에서 경계(boundary)이론을 공부하고 있다는데 경계 이론이란 우리 주변에서 

종족 분쟁이 왜 계속해서 발생하는지를 해석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종족간의 경계선은 한 종족 집단을 타 집단과

구분해주는 기준이 되며, 또 그 종족을 존속시켜나가는 힘이 된다.  모든 종족 집단에는 문화와 역사적 기억에

바탕을 둔 집단의식이 종족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종족으로서 존속하는데 기준이 되어 준다.

많은 경우 ' 국가' 는 나와 남를 구분하는 가장 일반적인 경계선이 되지만 국가와 국경만으로 종족 집단의 정체성을

규정지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남는다.

19세기 제국주의 식민지 정책과 이데올로기의 갈등에 의해 정체성이 혼란스럽게 만들어진 아시아의 나라들

특별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접경지역을 여행하면서 국경, 신분, 정체성에 관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책의 목차를 보면 다음과 같다.

 

1부 | 모호한 경계선

베트남 · 당신과 나 사이, 오해받는 경계
캄보디아 · 빛 바랜 유적 위에 파여진 선명한 핏빛 경계
라오스 · 어느 곳에나 흐르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메콩강
인도네시아 · 경계에서 희미해진 타인과 나 사이의 간격
태국과 미얀마 사이 · 경계에서 정체성을 상실한 이방인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와 바다 사이에 놓인 경계인의 섬

2부 | 시간과 기억의 경계선

오키나와 · 류큐와 일본 사이, 미국과 일본 사이 그들은 누구인가?0
대한민국 · 당신들이 그어 내게 남겨진 고요한 분열의 기억
중국 조선족 자치구 · 한국과 중국 사이, 저는 조선족입니다
‘전쟁’이 아닌 베트남 ·낭만으로 소비되는 타인의 전쟁
보르네오 · 마음속에 경계를 간직한 우림 속 옛 전사들

3부 | 경계에 서 있는 정체성

홍콩 · 중국인이나 영국인이 아닌 홍콩인으로 산다는 것
마카오 · 세 권의 여권, 그리고 어디에도 없는 고향
말레이시아 · 저는 말레이시아 사람이니 화교라고 부르지 마세요
미얀마 · 어느 곳이 나의 국가인가? 무엇이 나의 역사인가?
베트남 · 그래서 타이완 사람들의 가격은 얼마나 되나요?

총 365쪽에 16개의 챕터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인 사실을 아주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동남아시아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의 정체성에 대해서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다루고 있어 동남아시아 화교들의 역사

그리고 그들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개인적으로 동남아시아에서 비지니스를 오랜 기간 했던 내 입장에서는 주 파트너들이 각지에 있던 화교들이었기

때문에 책을 읽어 가면서 예전에 내가 만났던 화교들을 떠올리면서  당시에 그 사람들이 이런 정체성에 대한 생각을

했겠구나 회상도 해보는 계기도 된다.

특별히 비지니스의 거점이 말레이시아이었다보니 많은 말레이시아 화교들과 비지니스 또는 교분을 유지 했었는데

항상 느끼던 것이 이들은 마치 물위에 떠다니는 부평초와 같다는 생각이었다. 국적은 말레이시안이지만 민족은

중국인으로 그렇지만 이민 몇 세대가 지나고 그들의 머리 속에 있는 중국인이라는 것은 상상속의 산물일 뿐 중국이란게

돌아갈  수 있는 조국도 아니니 어정쩡한 정체성으로 부평초처럼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캄보디아 라오스 접경지역의 메콩강을 따라 많은 종족들의 삶이 어느날 제국주의 산물로 그어진 국경선에 따라

정체성의 혼란이 오게되고 이로 인한 종족간의 갈등 이야기들 또  2차 대전시에 영국군을 도와 미안마까지 왔던

중국 사단이 본국에서 벌어진 국공내전 때문에 다시 돌아가지 못해 중국 미안마 국경지대에 정착하면서 하나의 작은

마을을 만들어 타이완 국기인 청천백일기를 걸어 놓고 자녀 교육을 시켜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조국을

타이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대만에 유학와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 이야기 등등

한 때는 류쿠라는 나라였지만 일본에 귀속되었다가 2차 대전시 미국에 의해 지배가 되었던 오키나와 사람들이

가지는 일본과 미국 사이의 정체성 문제, 나아가서 중국 조선족 자치구에 있는 조선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

즉 중국인의 국적이지만 과연 조국은 남한인지 아니면 북조선인지 그들이 느끼는 감정 같은 것을 현지를 직접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생각했던 것을 기록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내 독서 취향이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소위 디아스포라적인 취향의 글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특별히 '경계' 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왠지 끌림이 있다. 갈등의 경계가 아니고 확장의 경계 즉

경계에 서서 이 쪽 저 쪽을 바라보며 사유의 폭을 넖히는 경계로서의 의미를 좋아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경계들은 갈등의 경계들이다. 

아시아의 근현대사의 그늘에 가리워진 슬픈 역사에 대한 이해와  대만을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널리 흩어져

있는 화교들에 대해서 조금 더 이해의 폭과 깊이를 더하게 되는 좋은 독서의 기억이 된다.

이런 역사가 비단 아시아에만 국한된 일은 아니고 전세계적인 일인데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 중동 등의

디아스포라 역사에도 관심이 있지만 그래도 아시아는 내가 익숙하다보니 자연스레 아시아쪽에 관한 책을

많이 읽게 되는데 앞으로는 지평을 넓혀 다른 지역의 이야기도 많이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족 : 아시아의 근현대사를 다룬 책은 그동안 몇 권 읽었던 기억이 있어 서가를 찾아보니 '현장은 역사다'

'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 우리가 몰랐던 아시아'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 등이 있는데 언제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시간이 문제 ㅠㅠ

 

 

'책(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책 ) 하얼빈  (0) 2022.08.28
( 책 ) 떨림과 울림  (0) 2022.08.24
( 책 ) 대만 산책  (1) 2022.08.14
( 책 ) 중국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  (0) 2022.08.04
( 책 )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  (0) 2022.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