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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Books)

( 책 ) 하얼빈

by ts_cho 2022. 8. 28.

하얼빈, 김훈 장편소설, 문학동네 펴냄, 2022. 307쪽

 

1909년 10월26일 만주에 있는 하얼빈 역에서 일본의 정치 거물이자 조선 통감부 초대 통감을 지냈던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이다. 

김훈 작가 특유의 문체 즉 간결함과 속도감을 또 한번 만난다. 주어와 동사 중심의 즉 최대한 수식어를 배제하는

그의 문체는 어쩌면 이런 글에 가장 어울린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장황하지 않게 압축적으로 쓰여진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가 주는 울림이 크다.

 

김훈 작가는 젊은 시절부터 안중근 의사에 관한 글을 쓰려는 소망이 있었다는데 이를 위해 일본의 여러 곳을 찾아

이토 히로부미의 생애와 족적을 조사하기도 했으나 어떻게 시작할지 엄두가 나지 않아 그동안 미루었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는데 안중근 의사의 31살 짧은 생애가 뿜어내는 에너지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다는 고백도 하고 있다.

안중근 사건은 신문과 공판 기록이 완벽하게 보존이 되어 있어 소설적 재구성을 용납하지 않았기 때문에 저자는

주로 등장 인물들의 내면을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애썼다고 한다.

책의 초반은 당시 조선의 상황을 기술하고 있고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이 소설의 정점으로 끌어가는 과정인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간다는 사실을 알고 서울 부산 원산 연추 블라디보스톡을 거쳐 하얼빈에 가는 여정을

쓰고 있는데 읽는 동안 그 31살의 젊은이의 단호하면서도 처절했던 결기를 막연하나마 상상해보면서

받는 감동이 크다.

 

행동 경제학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던 Daniel Kehneman 이 언급했었던 소위 피크엔드 효과 ( Peak End Effect )

라는 것에 빗대어 우리네 인생이란 것이  오래만 산다고 의미가 있는게 아니고 정점의 순간과 마지막의 순간을

어떻게 맺는가에 따라서 그 한 사람의  인생이 진정 의미가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다는게 평소 내 지론이다.

그런 점에서 비록 31년의 짧은 인생이었지만 안중근 의사의 삶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실로  대단하다

친일 청산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지만  아무튼 해방 이후 제대로 친일파 청산을 하지 못해 지금까지 온갖

친일의 잔재들이 설치고 있는 참담한 현실 속에서 만주 벌판에서 그 혹독했던 고난을 무릅쓰고 독립 운동을 했던 우리

선조들의 역사를 잊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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